이명박-박근혜 지지율 역전된 것 아닌가?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4-24 16:51:15
{ILINK:1}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그동안 이 전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이상의 지지율을 얻어 박 전 대표를 두 배 이상의 차이로 앞서 왔다.
하지만 지난 19일 뉴스전문채널인 YTN과 글로벌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이 전 시장 지지율이 34.1%로 같은 조사기관의 지난 4일 조사 결과인 47.8%보다 무려 13.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당내 경선 맞수인 박근혜 전 대표 지지율은 22.1%로 직전 조사 때와 같았다.
이보다 앞서 지난 9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 이 전 시장 지지율이 42.3%로 지난달 말 조사(47.8%)에 비해 5.5%포인트 하락했다. 또 지난 11일 CBS와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전시장에 대한 지지율은 37.7%로 한 주 만에 6.4%포인트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달랐다.
이 시장이 44.1%로 23.6%의 지지를 얻은 데 그친 박 전 대표를 여전히 20% 이상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이같은 수치만으로는 ‘박근혜 상승세, 이명박 하락세’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보다 면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선 본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성향의 사람들이 이명박과 박근혜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지지는 한마디로 허수(虛數)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19일 YTN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일반유권자의 경우 이 전시장과 박 전대표의 지지율 격차는 무려 12%나 됐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성향을 대상으로 한 결과는 이명박 42.5%, 박근혜 36.6%로 양 주자간 지지율 격차는 6.9%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15일 실시한 여의도리서치 조사의 경우는 더욱 흥미롭다.
전체적인 지지율은 이명박이 36.3%, 28.0%의 지지를 받은 박근혜를 앞섰으나, 한나라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에서는 박근혜가 45.1%를 얻어 42.9%에 그친 이명박을 가볍게 따돌렸다.
즉 본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유권자들이 박근혜보다는 이명박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뜻이다.
양 후보의 지역에 따른 지지도 추이를 살펴보아도 이 같은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우선 YTN-글로벌리서치의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최대 텃밭인 대구와 경북에서 이명박에 대한 지지가 52.6% => 46.0% => 34.8%로 급격하게 줄어든 반면, 박근혜에 대한 지지는 30.9% => 35.2% => 38.6%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여의도리서치가 지난 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이명박 32.4%, 박근혜 45.0% ▲울산=이명박 39.5%, 박근혜 42.1% ▲대구=이명박 27.0%, 박근혜 44.9% ▲경남=이명박 31.1%, 박근혜 37.1% ▲경북=이명박 35.8%, 박근혜 41.3%로 영남권에서는 단연 박근혜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전 시장은 수도권과 호남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서울=이명박 47.0%, 박근혜 22.9%, ▲경기=이명박 41.9%, 박근혜 29.4%, ▲인천=이명박 39.3%, 박근혜 25.0%로 수도권 전 지역에서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를 앞서고 있다.
특히 ▲전북=이명박 26.6%, 박근혜 7.6% ▲전남=이명박 23.3%, 박근혜 8.9%로 호남에서는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경기·인천은 한나라당 텃밭이라기보다는 전통적으로 여·야 지지성향 유권자들이 고르게 분포돼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명박 혹은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들 가운데 절반 가까운 수가 허수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통적 범여권 텃밭인 호남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결국 전체적으로는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지지도가 여전히 박근혜 전 대표를 앞서고 있으나, 실제 본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할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거나, 이미 역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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