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강재섭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4-25 19:44:53
{ILINK:1} 한나라당 지도부는 4.25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당일 날 각종 의혹들을 해명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야 했다.
실제 총 55개 지역에서 재·보선이 실시되는 25일 한나라당 회의석상에서는 금품 로비 및 선거법 위반 벌금대납 사건 등에 대해 지도부가 줄줄이 해명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우선 강재섭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서구 사무국장의 과태료 대납 사건에 대해 “당 대표도 법적으로 책임 있는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며 “당 대표뿐만 아니라 모든 당원들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전부 책임지고 윤리위에서 제명할 일이 있으면 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이어 과태료 대납사건과 함께 보건복지위 소속의 정형근 의원이 대한의사협회로부터 후원금 1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강력히 수사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할 것은 처해야 한다”며 “오늘 최고위원회의와 오후 의총 의결을 통해 검찰이 여야 및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강 대표를 옆에서 지켜본 언론인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그의 발언에는 진심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실제 그는 대납 사건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납사건에 강 대표가 연루 돼 있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물러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내 일각에서 4.25재보선에서 완승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그를 사퇴시키려는 움직임이 일부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우선 강 대표에게 “왜 재보선 불패신화를 이어나가지 못했느냐”며 인책론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패신화는 어디까지나 박근혜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즉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당원들이 ‘똘똘’ 뭉쳐 힘을 한 곳으로 모았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당내 경선 구도가 박근혜-이명박 ‘빅2’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힘이 한 곳으로 모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양분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마당이다. 특히 양천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싸움이 아니라, 박근혜당 후보와 이명박 후보 간의 싸움이라는 우스개마저 나왔다.
즉 한나라당 후보라고 해도 당원들의 힘이 한 곳으로 결집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더구나 한나라당 의원들마저 당 지도부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마당이다.
대권주자에 줄을 선 사람들 대부분이 대권주자들 눈치 보느라 당 지도부의 말은 아예 들을 생각도 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재섭 대표에게 ‘완승 실패’의 책임을 묻고,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작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은 재·보궐선거보다 대선만 염두에 두고 서로 티격태격하느라 당의 힘을 분열시킨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도 왜 강재섭 대표 인책론이 제기될 것이란 섣부른 전망이 나오는 것일까?
필자는 이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 ‘강재섭 낙마 예정시나리오’를 가동시키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미 필자는 이런 시나리오가 가동될 가능성을 수차에 걸쳐 지적한 바 있다.
우선 필자는 지난해 9월21일자 ‘아침햇살’ 칼럼에서 “‘강재섭 낙마’를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다는 정보보고를 받은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어쩌면 지금 그 같은 시나리오가 가동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며, 대단히 위험하다.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강재섭 대표를 중심으로 새롭게 결집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전 대표는 25일 “서로 손가락질 하면서 네탓이니 내탓이니 할 필요 없다.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정신차리고 당헌·당규대로 엄하게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것이 정답이다.
이런 의미에서 강 대표는 이미 대권주자에 줄을 선 당직자들을 모두 교체하고, 당 지도부 중심으로 움직여 줄 수 있는 당직자들로 새롭게 진용을 꾸릴 필요가 있다.
물론 당원들도 일치단결해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강재섭 낙마 시나리오’ 라는 음모가 가동될 수 없는 것이고, 정권교체라는 열망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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