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참패, ‘남·원·정’ 왜 변명하려드나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4-26 19:45:01

{ILINK:1}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4.25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크게 패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선거가 실시된 6곳에서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무소속 후보에게 모두 패배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강창희·전여옥 두 최고위원이 이날 “4.25 재·보궐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홍준표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지도부 교체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가 대선주자들의 눈치만 봐 왔지 대선관리를 하지 못했다”며 “당헌당규 개정 문제,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 문제도 논의가 거의 정리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그 규정조차도 지금 정하지 못하고 있고, 또 지금 공당에서 조직책이 한 30여 곳 이상 조직책이 비어 있는데 그것을 지금 양대 진영을 눈치 보느라고 여태 선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홍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 가운데 과연 누가 현재의 지도부에 힘을 실어 주었었는가.

‘당중심모임’소속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박근혜-이명박 양 대권주자들 앞에 줄서기를 했으며, 그들 눈치를 보느라 지도부는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었다.

따라서 지도부에 선거참패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떠맡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사실 이번 선거 참패의 주된 원인제공자는 이른바 ‘남·원·정’이라고 불리는 소장파 트리오다.

26일 오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여옥 최고위원도 “선거를 망친 주범 중의 하나가 소장파”라고 지목했다.

‘남·원·정’은 수요모임의 핵심멤버인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우선 남경필 의원은 경기도당위원장으로서 이번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큰 사람이다.

실제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경기 안산 광역의원 공천을 신청한 이 모씨의 금품 제공 사실을 알고도 이씨를 공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마당이다.


정웅교 전 안산단원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도당공심위에서 이씨의 공천이 결정된 후 도당공심위장과 도당위원장을 만나 이씨가 준 가방의 사진을 보여주며 ‘나한테 (금품수수를) 시도했듯이 또 누군가에게도 이런 범법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번복을 요구했으나 도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만일 이 같은 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도당위원장인 남 의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다.

또 서울 양천갑당협위원장인 원희룡 의원은 양천구청장 패배에 대해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

이에 대해 전여옥 최고위원은 이날 “원희룡 의원은 자기 선거구를 그렇게 쑥대밭으로 만들고 지역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어떻게 개혁과 혁신을 얘기하는 소장파라고 할 수 있느냐”며 호되게 질책했다.

특히 정병국 의원의 책임은 너무 크다.

정 의원은 양평·가평군 당협위원장이다. 그런데 이번에 양평군수와 가평군수 선거 모두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게 무참하게 깨지고 말았다.

물론 그들을 후보로 내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바로 그 지역 당협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 ‘남·원·정’은 지도부 인책론이 제기되고 있는 현 시점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잘못했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다. 오히려 이들은 그 책임을 당 지도부에 전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이들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당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자신들이 지도부에 들어가려는 허황된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소장파들의 개혁성을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당원들 상당수가 그들을 기회주의자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남 의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수요모임과의 M&A를 제안할 정도로 ‘대세론 주자’에게 노골적인 추파를 던진 바 있으며, 정 의원은 아예 ‘대세론 주자’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는 마당 아닌가.

결국 4.25 한나라당 참패에 당 지도부가 10%정도의 책임이 있다면, ‘남·원·정’은 그 나머지 90% 정도의 책임을 떠안을 책임이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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