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라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4-29 18:24:57

필자는 이미 작년부터 ‘강재섭 낙마 시나리오’가 나올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실제 시민일보 정치부장으로부터 특정 대권주자 진영의 관계자들이 ‘강재섭 대표를 중도하차 시키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닌다는 정보보고를 수차에 걸쳐 받은 바 있다.

그리고 필자는 4.25 재보선이 실시되던 당일 날 ‘누가 강재섭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 시나리오가 가동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필자의 예상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실제 4.25 재보선 참패에 따른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사퇴 문제를 둘러싼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 간 갈등이 악화되면서 당 분열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강 대표가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가운데 박 전 대표측은 ‘강재섭 체제’ 유지, 이 전 시장 측은 ‘강대표 거취-쇄신안 연계 검토’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이르면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당원들의 총의를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강 대표가 현재 사퇴보다는 어떻게 하는 것이 대표 입장에서 책임을 지는 모습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내일쯤 기자회견을 하고 당 쇄신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 강 대표가 제시하는 쇄신안 내용에 따라 양 주자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 이 전 시장 측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된 쇄신안이 나오지 않으면 이재오 최고위원이 전격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 최고위원의 사퇴로 강 대표에게 사퇴압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당 쇄신을 빌미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등을 포함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히 포함된 발언이다.

만일 이같은 압력에 밀려 강 대표가 자진사퇴를 결심할 경우, 한나라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의 나락으로 빠져 들고 말 것이다.

따라서 강 대표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대표직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 지도자는 어려울 때, 사표를 내던지는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려 들어서는 곤란하다. 진정한 지도자는 어려울 때, 짐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표를 던지고 도망치듯 최고위원직에서 빠져나간 강창희·전여옥 두 최고위원은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도망가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강재섭 체제와 운명을 같이 하겠다”고 말한 권영세 최고위원의 판단이 옳다.
만일 최고지도부가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하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든 전당대회를 열든 해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당이 깨지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 아닌가.

지금 대선 후보자들이 한창 경쟁하고 있는 마당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은 각 후보의 대리전으로 엄청난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박근혜당-이명박당으로 나누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국민들은 현 정권을 대체할 곳은 한나라당뿐이라고 생각해서 그동안 지지해주었다.

그런데 4.25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은 영영 한나라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말지도 모른다.

이제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이러한 충고와 가르침을 겸허히 수용하고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심기일전해야 한다. 그러자면,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아니라 강재섭 대표가 당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그에게 힘을 몰아줄 필요가 있다.

당이 중심이 되지 않고 특정 후보가 중심이 되는 선거를 치르면 결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비대위 구성을 주장하거나, 강 대표의 사퇴를 거론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흑심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당이 정권을 창출하는 것보다 자신이 새로운 지도부의 대표가 되기를 희망하거나, 비대위원장이 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사람일 것이란 뜻이다.

다시 말하지만 당 대표는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아니라, 강재섭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는 양 대권주자로 인해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했다. 그 결과가 4.25 참패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나 대의원, 당원들이 나서서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양 대권주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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