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시장에게 묻는다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5-06 13:25:20
{ILINK:1}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묻습니다.
이 전 시장은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되기를 원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어느 정당 후보라도 ‘내가 대통령 후보만 되면 괜찮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무엇이 두려워 말도 안 되는 ‘경선룰’변경을 요구하는 등 자꾸만 판을 깨려고 하십니까?
혹시 지금 ‘여론조사 1위’는 스스로 생각해도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요?
먼저 한나라당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당연히 ‘탄핵역풍’으로 한나라당 지지율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던 그 시절에도 꿋꿋이 당을 지켜온 대의원과 당원들 아닌가요?
따라서 그들이 원하는 인물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는 것이 도리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한나라당은 오는 8월에 선거인단 ‘20만명’으로 경선을 치르되 그 구성비율은 전당대회 대의원, 책임당원,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2:3:3:2’의 비율로 적용키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대의원과 당원들이 원하는 인물을 선택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민심반영’이라는 대의명분에 의해 이같은 합의가 이뤄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전 시장측은 여론조사 비율 20% 반영이라는 합의를 깨고 ‘4만명’이라는 기상천외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5.31 지방선거 때도 ‘여론조사 20%반영’을 적용해 후보를 선출했으며, 당시 아무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혹시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한나라당 대의원들과 당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이런 상태로는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은 아닌지요.
만일 그렇다면, 한나라당 대의원들과 당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한나라당 후보가 되려하십니까?
차라리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정당의 후보로 나서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요?
실제 YTN이 지난 2일 전국 19세 이상 성임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9%가 ‘한나라당 분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분당한다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탈당할 것’이라는 응답이 무려 56%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분당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정치 생리를 잘 아는 필자가 보기에도 이 전 시장의 주장은 거의 생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국민들 시각에서 보면 오죽하겠습니까?
사실 이 전 시장이 자꾸 현재의 판세를 깨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의외입니다.
왜냐하면, 이 전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지지도 1위 주자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판을 깨는 모습은 오히려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 나타나야 한다는 게 상식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1위 후보가 2위 후보를 다독거려서 끝까지 경선을 치르도록 해야 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상식이지요.
그런데 이 전 시장이 판을 깨려하고 있으니,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혹시 현재의 ‘여론조사 1위’라는 게 신빙성이 없다는 사실을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요.
자신의 캠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갤럽 등에서 발표되는 것과는 달리, ‘실제 지지도 1위는 박근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지지도 1위 경선후보가 이미 합의된 경선룰을 가지고 다시 변경을 요구하는 등 그렇게 판을 깨려고 안달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후보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라, 어느 정당의 후보든 ‘내가 후보만 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신지, 정중하게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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