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잠바의 몰락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

시민일보

| 2007-05-16 19:52:16

너무 가난해 어린시절 고아원에 맡겨진 소년이 있었다.

그는 오로지 헤어진 어머니와 함께 살날을 기약하며 고아원에서 나와 남대문시장 쓰레기청소부터 시작했다.

그의 유별난 성실함을 눈여겨 봐오던 옷 장사 아저씨의 집에서 허드레 심부름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재단사가 결근한 어느 날, 밤새도록 비싼 원단을 가위질해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은 옷 덕분에 그는 재단사가 되었다.

돈만 생기면 주변의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다가 그나마 조그마한 공장을 마련한 이후에는 아예 독립문 근처에서 무의탁 노인에게 매일 점심 챙겨드리는 일을 30년 넘게 해왔다.

그런 그와 인터뷰를 끝내고 많은 사람들이 그 소박한 말씨와 무식(?)하지만 감히 따르지 못할 지혜로운 선행에 후원 계좌번호를 물어왔던 게 벌써 10년 전 쯤 인 듯싶다.

언젠가는, 이런 대가 없는 선행을 의심했던 이들에게 무고당해 수사기관에 끌려가 용공 혐의는 없나, 배경은 무언가 샅샅이 조사받고 나오는데 담당 수사관 하는 말,

“당신 같은 사람 처음 봤소, 지금같이 그대로 착한마음 갖고 사시면 복 받을거요. 거 봉사회 이름도 없다는데 그냥 그길로 쭉 가쇼, 한 우물 파듯 한길로 가란 말이요”

이래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한길봉사회’.


그런 그에 대한 안타까운 보도가 오늘 언론에 소개되었다.

열린우리당의 노란잠바 15만장 때문에, 무려 18억 원어치를 찾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공장 가동중단은 물론 매일 200여명의 무의탁 노인들에게 해오던 무료급식도 힘들게 되었다는 보도다. 적어도 내가 아는, 착하디착한 김종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부탁에 정식계약서도 쓰지 않았을 것이고, 또 상대가 워낙 잘 알려진 여당정치인이 부탁한 것이라 추호도 의심치 않고, 이곳저곳에서 돈을 빌려 납품일을 맞추기 위해 밤새워 일했을 것이다.

2005년 11월 주문한 이 잠바는 아마 2006년 2월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와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문한 듯 보인다.

사기꾼에게 당했다고 해야 할지, 세상읽기에 너무 어두운 김종은씨의 개인의 무지를 탓해야 될지.

몇 번의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포스터나 현수막에서는 이미 노오란 색깔은 사라지고 다른 당 색깔 베끼기, 변신과 변장의 색깔이 등장하고 있었음을 몰랐던 김종은씨를 탓해야할까.

지금이라도 열린우리당은 처음의 노오란 색깔로 돌아가 15만장의 노란 점퍼 값을 지불하고 찾아가기 바란다.

배고픈 어르신들을 34년간 한결같이 돌봐온 김종은씨의 선행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난다면, 지난 2001년 국가가 그의 선행을 치하해 가슴에 달아준 국민훈장 모란장도 결국 한낱 쇠붙이에 불과하게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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