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부메랑 이명박 강타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5-22 16:14:21
{ILINK:1}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함께 ‘빅3’로 불리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한나라당의 치열한 경선 전장에서 탈출한 지 두 달 정도가 됐다.
당시 이명박 전 시장의 ‘조롱’을 받으며, 손 전 지사는 그야말로 허허벌판인 시베리아로 나섰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웃는 얼굴로 마주 대할 만큼, 급성장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동교동 방문 이유에 대해 “방북결과 보고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손 전 지사가 범여권내의 유력주자로 꼽히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당시 회동은 정치권의 촉각을 곤두세우기 충분했다.
특히 손 전 지사는 다른 범여권의 대선주자들보다 한 발 앞서 ‘햇볕정책 계승’에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실제 그는 DJ에게 “(자신은) 한나라당 시절부터 햇볕정책을 공개 지지해왔다”면서 “앞으로 5년은 통일로 가느냐, 아니면 분단국가 고착화로 가느냐 하는 중요한 시점으로 이는 어떤 정부,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범여권의 대주주인 DJ가 손 전 지사를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의 확실한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호남에서 손 전 지사를 향한 지지도가 서서히 오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 가운데서도 그를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10%대에 진입하는 순간,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실 필자는 이미 손 전 지사가 탈당할 당시, 가장 먼저 ‘DJ와의 교감설’을 제기했었다. 따라서 ‘손-DJ 연대설’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손-DJ 연대’가 현실로 이뤄질 경우, 가장 타격을 입을 사람은 누구일까?
신당 창당 등 범여권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손 전 지사가 ‘햇볕계승’으로 시베리아의 혹한에서 벗어나는 순간 이명박 전 시장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것은 인과응보(因果應報)다.
손학규를 시베리아로 이끈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이명박 전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박 전 시장은 “(손학규는) 나가도 추우니까 나가지 못한다”고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린 바 있다.
결국 이명박의 ‘시베리아’ 발언은 두고두고 손학규 전 지사에게 응어리를 남기고 말았다.
손 전 지사의 탈당 첫마디가 “나는 이제 시베리아로 나간다”는 것이었으니, 그가 받은 상처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한마디로 ‘이명박이 손학규를 내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이 전 시장은 왜 손 전 지사를 ‘시베리아’로 내몰았을까?
당내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지지표를 손 전 지사가 잠식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당심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밀리고 있는 마당에, 손 전 지사마저 자신의 지지표를 갉아먹고 있으니, 그가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래서 그를 쫓아내면 손 전 지사의 지지표가 모두 자신에게 흡수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이명박 진영의 의중대로 되는 듯 보였다. 지지할 곳을 잃어버린 중도파 성향의 유권자들이 일시적으로 이명박 전 시장에게 지지표를 보냈다. 그러나 손학규가 범여권의 주자로 주목받으면서 중도성향의 표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호남 표심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들의 표가 손학규 전 지사에게 넘어가는 날 이명박 전 시장에게는 달랑 ‘쭉정이’만 남는다. 물론 보수표심을 단단히 붙들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범여권의 주자로 누가 나오든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손 전 지사를 몰아내고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던 이명박 진영의 ‘꼼수’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자신이 상처를 입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한나라당을 침몰시키는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시베리아라니….
정말 그 싼 입이 방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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