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 룰’ 끝난 것 아니었나?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5-25 12:15:23
{ILINK:1} 이른바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이라고 불리는 ‘경선 룰’이 지난 21일 우여곡절 끝에 한나라당 전국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시 강 대표는 이미 양측이 합의한 내용에 이명박 진영의 요구를 대폭 반영하는 중재안을 냈었다. 물론 당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 측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친이 매체로 분류되는 조.중.동마저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욕심이 지나치다”고 꼬집을 만큼, 여론도 그에게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결국 이 전 시장은 3개의 덤으로 얻은 이득 중 하나를 포기하는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까지 내몰렸다.
그런 과정을 거쳐 오늘의 ‘경선 룰’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전 시장측이 또 다른 요구를 하고 있다.
책임당원 자격을 바꾸자는 것이다.
당시 전국위원회를 통과한 당헌당규 개정안에 따르면 전체 선거인단 23만 1000여 명 중 당원 선거인단수는 7만 1100명이다.
이는 대의원 20% : 당원 30% : 국민참여 30% : 여론조사 20%로 당원(30%)의 선거인단수가 7만 1100명임을 뜻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50%인 3만 5550명은 1차 책임당원으로 구성되며, 나머지는 1차에 포함되지 않은 책임당원과 일반당원 중에서 선발하도록 돼있다.
또한 당시 전국위에 통과한 현행 당헌당규 개정안에 책임당원은 당비 규정에 정해진 당비를 권리행사 시점 이전 1년 중 6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당에서 실시하는 교육 또는 행사에 참석한 당원이라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즉 경선일로부터 최소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책임당원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표 측이나 이명박 전 시장 측 모두 전국위를 통과한 규정을 그대로 준수하면 될 일이다.
또 책임 당원의 표심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이들 책임당원의 표심을 잡기 위해 양측이 모두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진영에서 느닷없이 “책임당원 자격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생떼 아닌 생떼를 쓰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실제 이 전 시장 측은 6개월 이상 당비납부를 한 당원으로 규정하면 지금의 책임당원 숫자로는 선거인단을 채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우선 6개월 당비납부라는 자격 요건을 갖춘 책임당원이 현재 한나라당에는 17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즉 1차로 필요한 숫자 3만 5550명을 채우고도 13만 5000여명이나 남는다. 결코 모자라는 수가 아니다. 설사 모자란다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당헌당규에는 만약 지역별로 책임당원이 모자랄 경우, 일반당원으로 나머지 숫자를 채우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경선 룰 문제는 이미 다 끝난 사안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룰을 바꾸자고 생떼를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라고 자랑하고 있는 이명박 진영에서 이처럼 생떼를 쓰는 이유가 너무나 궁금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혹시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현재의 여론조사는 ‘여론조작’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제 홍사덕 전 의원이 박근혜 캠프에 합류하는가 하면, 민추협 인사들까지 박근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 마당이다. 이명박 진영이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 같은 요구는 너무 지나치다.
이런 저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면서 국민과 당원들을 피곤하게 만들게 아니라, 차라리 “내가 100% 승리하는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생떼를 쓰는 편이 낮지 않을까?
이명박의 한 표는 두 표로 인정하고, 박근혜 한 표는 반 표로 인정하는 규정을 만들면, 승복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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