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다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6-21 10: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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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 64명이 지난 20일 당내 대통령 경선 유력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 지지선언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서울시의회 106석 중 한나라당이 101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64명이라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실제 이들 64명의 의원들은 이날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열린 뉴태평포럼 토론회에 앞서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의사를 밝혔다.

누가 누구를 지지하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이들이 이명박을 지지하는 근거로 내세운 것이 대부분 거짓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이들은 이명박을 지지하는 근거로 그가 시장 재임시 경영효율화를 통한 예산절감 및 부채탕감,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세계적 명소가 된 청계천 복원, 개발이익 보다는 환경을 생각한 서울숲 조성, 대중교통체계의 혁명적 개편, 뉴타운과 균형개발촉진사업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특히 서울시의원들이 구체적으로 몇 가지 사례를 들면서, 이를 이명박 지지 이유로 내세우기 때문에 서울시정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은 “아! 그런가 보다”하고 속아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는 중대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시민일보는 서울지역의 유일한 지방일간지다. 따라서 이명박 후보의 시장 재임기간 동안의 성과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언론사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특히 필자는 그 신문사의 편집국장이다. 모든 일선 취재기자들의 정보를 데스크들이 취합하고, 그 취합된 고급 정보를 전부 공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이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 기간에 있었던 서울시정의 폐허와 실상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선 시의원들이 첫 번째 지지근거로 제시한 경영효율화와 부채탕감의 실상을 보자.

이명박 후보는 지난 2005년 경영효율화를 외치며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옆 뚝섬 상업용지를 예상가의 두배가 넘는 가격에 팔아넘겼다. 당연히 ‘집값폭등’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당시 필자는 이명박 시장이 예상되는 부작용을 무시한 채 오직 땅장사를 통해 돈벌이 하는 일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뚝섬에 40층 안팎의 60∼100평형대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하는데, 그 평당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각에서는 평당가가 4000만원을 호가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뚝섬 아파트가격이 치솟으면 ‘나비효과’로 인해 이제 비로소 안정세로 접어들던 서울 전 지역의 집값이 다시 들먹일 것이고, 그 파급효과는 인근 경기도와 인천시 등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그만큼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부자들이야 또 부동산 투기를 해서 돈을 벌 수 있으니 반대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돈을 벌어서 부채를 탕감한 것이 과연 서울시 수장으로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시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강탈하고, 부자들의 배를 채워주는 행위에 대해 “잘했다”고 박수치는 뻔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 얼굴을 보고 싶다.

특히 시의원들이 ‘은평뉴타운’을 지지근거로 내세우는 대목은 너무나 황당하다.

필자가 이라는 칼럼에서 밝혔듯이, 이명박 후보가 부동산 폭등을 초래한 당사자임을 진정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더구나 서민들을 위한 뉴타운이라고 하지만, 정작 은평 지역에 살던 가난한 원주민들 대부분이 그곳에서 쫓겨나 아예 서울을 떠나게 됐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고 있는가.

이런 사람을 향해 어떻게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

박주웅 서울시의장은 최근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엄정중립’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했었다.

실제 박 의장은 “전국 지방의회의 수장으로서 중립을 지키다가 후보가 결정되면, 그가 누구든 법적 허용테두리 안에서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필자는 그를 신뢰한다.

그가 이런 엉터리 같은 일을 꾸미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박 의장도 제어할 수 없는 강력한 배후가 있다는 뜻인데, 그가 누구일까?

그리고 시의원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진짜 배경은 무엇일까?

이명박 후보는 대선 예비후보 중 가장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고 하는데, 그렇다면 혹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지지자로 둔갑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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