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 ‘바로보기’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7-02 12: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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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같은 전문가들은 각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결코 없다.
여론조사의 주체는 어디이고, 표본은 어떻게 추출됐으며,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재분석하고, 나름대로 새로운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그럴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먹고살기도 바쁜 세상에 어떻게 그런 것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검토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보니 힘 있는 언론기관이 특정 주자에게 도움이 되는 ‘밀어주기 식’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려면 국민들은 최소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주체가 어디이며, 여론조사 대상은 어떻게 추출해 냈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여론조사 표본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통계청의 발표 자료와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표본은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각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샘플은 통계청의 발표 자료와 어느 정도나 근접한가.
‘관찰자’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한 네티즌이 이에 대해 분석한 글이 있다. 필자의 견해와 일치하는 ‘관찰자’의 글을 참고로 하면 대략 이렇다.
일반적으로 이명박 지지층이 ‘고학력, 고소득’이고 박근혜 지지층이 ‘저학력, 저소득’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샘플은 대체로 통계청 자료보다 ‘고학력·고소득’자를 많이 포함시키고 있다. 즉 여론조사를 실시 할 때, 이명박 지지자들을 더 많이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채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실제 지난 1일 발표한 SBS-TNS 표본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중졸 이하가 통계청 자료에는 25.7%로 돼 있다. 그런데 이들은 중졸 이하를 14.0%만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물론 중졸 이하에서는 박근혜 36.0% 대 이명박 30.5%로 박 후보가 5.5%나 앞서고 있다.
반면 전문대졸 이상이 통계청 자료에는 37.0%로 돼 있다. 그런데 이들은 무려 이들을 55.7%나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전문대졸 이상에서는 이명박 41.4% 대 박근혜 22.0%로 이 후보가 앞서고 있다.
즉 SBS-TNS 여론조사 샘플은 이명박 지지자들을 정상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이 집어넣고, 박근혜 지지자들은 정상보다 훨씬 적게 포함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소득 부문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1만6291달러에 불과하다. 그런데 SBS-TNS 표본에는 절반 가까이가 월소득 300만원 이상이다. 결과적으로 여론이 왜곡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경우에는 이런 왜곡현상이 더 심하다.
그러나 이런 비정상적인 여론 샘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다.
우선 조선일보가 TNS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제15차 정치인 정기 지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39.4%, 박 전 대표는 27.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필자가 왜곡된 결과를 보지 말라고 한 이유는 이미 설명했다.
그러면 무엇을 보라는 것인가.
한나라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더 좁혀져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였다. 특히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 뿐 아니라 이 전 시장이 강세를 보여 온 수도권에서도 이 전 시장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대구·경북 ‘42.4% 대 52.6%’, 부산·울산·경남 ‘37.9% 대 48.7%’로 영남에서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을 10%포인트 앞섰다.
또한 인천·경기(43.7% 대 51.1%)와 대전·충청(37.0% 대 63.0%)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시장은 서울(64.1% 대 28.1%)과 광주·전라(76.7% 대 23.3%)에서만 1위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이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즉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TK 지역에서 형성된 ‘박풍’이 PK를 강타한 후, 대전과 충청권을 휩쓸고, 인천과 경기 지역마저 ‘박풍권’안에 들어섰다. 이제 마지막 남은 서울과 호남이 과연 언제까지 ‘박풍’을 막아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것.
국민들은 왜곡된 샘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의 단순한 결과보다, 바로 이런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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