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 대폭 손질해야 한다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7-05 20:35:35

{ILINK:1} 서울 강북구 김현풍 구청장이 서울지역에서 ‘주민소환대상 1호’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실제 서울지역에서 최초로 강북구민들이 초과근무수당 허위 지급 등을 이유로 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이미 김현풍 구청장을 소환하기 위해 강북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주민소환투표 청구인대표자 증명서 교부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보다 앞서 전날 하남시에서도 시민들이 화장장 유치문제로 김황식 시장을 상대로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5월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뒤 주민소환 청구가 추진되는 것은 이들 두 지역이 유일하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김현풍 구청장과 김황식 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은 적절한 것인가?

이에 대해 답변하기 이전에 먼저 두 사람이 어떻게 해서 주민소환대상이 되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김황식 하남시장은 김현풍 구청장과는 달리, 단체장의 비리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지 정책 결정 갈등에서 비롯된 문제인 만큼,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 김 시장은 “하남시의 발전을 위해서 시장직을 잃더라도 화장장은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는 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이 아니면 앞으로 하남시에서 수천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시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게 김 시장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시는 오는 12일 광역 화장장 타당성 조사 용역결과가 나오면 후보지를 공개하고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거쳐 7월 중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할 예정이다.

앞서 김 시장은 지난해 10월 경기도로부터 2000억원의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가평에 건설하려다 무산된 경기도 광역 화장장 유치계획을 발표했으나 주민들은 곧바로 범대위를 구성, 반대집회와 촛불집회, 소복시위 등을 벌여왔다.

하지만 김 시장의 이같은 정책 결정은 어디까지나 그의 소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코 주민소환대상이 될 수 없다.
필자 개인적인 판단으로도 김 시장의 결정은 옳았다. 설사 그의 결정이 옳지 않다고 해도 이런 문제로 주민소환운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주민소환제도를 대폭 손질해 그 범위를 단체장의 비리나, 무능 등으로 국한 할 필요가 있다.

반면 김현풍 구청장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미 드러난 비리의혹만 해도 무수히 많다.

초과근무수당 허위지급한 것 말고도 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인 쓰레기봉투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청소용역업체 선정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선정결과를 발표하여 주민들의 큰 반발을 산 바 있다.
실제 강북구청은 자격미달과 민원발생으로 계약이 해지된 (주)강북환경과 사실상 동일업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청원환경을 청소 용역업체로 다시 선정해 물의를 빚었는가 하면, 그런 일이 초래된 부서의 담당자를 승진시키는 기상천외한 인사를 단행해 주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따라서 김 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은 매우 합당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주일 안에 청구인대표자의 자격 여부를 판단한 뒤 증명서가 배부되며 청구인 대표자는 이후 60일 안에 선거인의 15%에 해당하는 주민의 서명을 받아야만 주민소환투표를 발의할 수 있다.

그러나 60일 안에 15%의 주민서명을 받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더구나 해당 선거구의 선거인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 유효투표의 과반수가 찬성해야만 단체장직을 상실하도록 한 규정은 사실상 주민소환운동을 하지 말라는 규정이나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이 규정 역시 대폭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즉 김황식 시장과 같은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소환운동을 벌일 수 있는 적용 범위를 비리 등으로 국한해 구체적으로 명시하되,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물러나게 할 수 있도록 청구서명인 수와 투표인수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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