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후보’ 박근혜 vs ‘재벌후보’ 이명박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7-07-11 18:35:26

{ILINK:1}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 관련,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박근혜 후보가 일으키는 ‘박풍’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선거사무소는 11일 사회 각계 인사들의 잇따른 지지선언으로 북적거렸다.

한국여약사회 고미지 회장 등 여성 단체 관계자 54명이 이날 오전 여의도 박 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 박 후보의 지지를 선언했으며, 오후에는 ‘전국 개별화물 자동차 운송 사업 연합회’ 관계자들이 “7만 회원 모두의 뜻을 한 데 모아 박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전문 사회자 김범수 씨를 비롯해 가수 남일해.설운도.배일도, 탤런트 이경진.전원주, 전 체조국가대표 선수 여홍철, 개그맨 이용식.이영자.황기순 씨 등 예체능계 인사 60여 명도 여의도 한 호텔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을 가졌다.

12일에는 대한공인중개사협회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 등이 박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우선 이 후보와 관련된 투기의혹과 주가조작의혹 등 각종 비리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오는 것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정책 면에서도 박 후보는 이 후보를 능가하고 있다.

실제 이 후보가 지난 9일 발표한 ‘조세개혁’정책은 사실상 박 후보가 지난 달 발표한 ‘감세정책’을 베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이 후보가 이처럼 박 후보의 정책흉내내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와 관련, 박근혜 캠프의 대변인인 이혜훈 의원은 이날 “이 후보의 `Me Too(나도)` 전법이 또다시 시동을 걸었다. 경제성장율 7%공약도 그랬고 규제완화 공약도 그랬고 복지공약도 그랬고 박후보 공약이 발표 된 후 몇 개월이 지나면 어김없이 유사한 공약을 융단폭격 하듯이 쏟아낸 전력을 이번에도 되풀이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잘못 베꼈다.

이 의원은 “그런데 이번에는 박후보의 감세정책과는 무늬는 같지만 내용은 상당히 다른 ‘이명박식 감세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법인세의 경우 박 후보 감세안은 2억 이하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인하해 주지만, 이 후보의 경우는 삼성과 현대 등 재벌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의 법인세를 5%p 인하해 준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즉 이 후보가 박 후보의 정책을 계속해서 ‘나도’하며, 따라하다가 결정적으로 ‘나는 재벌과 부자를 위한 후보’라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낸 셈이다.

실제 이 후보의 감세정책은 세수손실이 거의 2배에 달하는 대규모 감세안이다.

재벌과 고소득자들을 위한 감세 때문에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서민들에게 돌아올 교육.문화.복지 혜택이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박근혜 후보 정책 베끼기나 다를 바 없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을 빼먹고 만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 40%대를 넘나들던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반면, 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실제 내일신문이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후보의 격차가 현격하게 좁혀지고 있음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내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는 36.7%로 6월 조사 때보다 5.3%포인트나 빠져 나간 반면, 박 후보는 29.5%로 6.4%포인트나 올랐다.

특히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핵심 지지기반인 서울지역에서 10.7%포인트(49.9%→39.2%)나 빠졌으며, 경기.인천에서는 추월 당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특별한 돌발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한나라당 경선게임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서민후보와 재벌후보의 싸움에서 서민후보가 승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후보가 체면을 유지하려면, 지금처럼 재벌에게 다가서는 공약을 제시하기보다는 박 후보처럼 서민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워낙 부자인지라 그게 어디 그리 쉽겠는가. 이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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