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습관은 바로 나의 인격

이중희(부천시 소사구청 교통지도팀장)

시민일보

| 2007-07-25 21:16:23

나는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퇴근길에 도보로 귀가한다. 물론 건강을 위한 개인적 습관이긴 하지만 자동차 이용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부담도 숨은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개인적 사정과는 상관없이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 댓수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 1600만대에 다다르고 있다. 국민 3명중 1명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는 과거 부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에서 시작해,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묶는 국민의 발을 거쳐, 현재는 모든 가정과 직장에서 없어서는 아니 될 사회적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꾸준한 양적 성장이 눈부실수록 뒷면의 그림자는 더욱 짙게 나타났다. OECD국가 중 높은 수준의 교통사고 사망률을 비롯하여,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 불법주차로 인한 이웃간의 갈등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행히 환경오염과 관련해서는 최근의 다양한 대체에너지와 대체기술들이 개발 중이지만, 이 같은 기술적 해결 이외의 개인의 의지와 관련된 교통법규 위반 문제들은 여전히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주차와 관련된 문제들 일 것이다.

교통지도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써 만나본 많은 주차위반 운전자 들은 모두가 금지 장소에 주차한 각자의 사정을 설명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개개인의 상황과 편의만을 요구하는 사이 발생되는 갈등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사회적 손실을 부담해 왔다.

이처럼 주차위반을 통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장먼저 진행되어야 할 노력은 왜 주차위반을 하게 되는가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많은 운전자들은 주차공간의 부족에 따른 불가피한 주차위반을 가장 많이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잠시 볼일을 보기 위해서, 남들도 주차를 하니까, 장애인이라서, 내 집 앞. 내 점포 앞이라서. 공무수행 또는 자원봉사 중이라서 등과 같이 상황적 허용에 따른 습관화, 주차위반이 사고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경시풍조 등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 좋은 사례를 우리는 이미 직접 경험한 바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시작으로 확산된 화장실 가꾸기 운동이 그것이다. 시민들의 의식전환과 적절한 행정적 지원과 관심이 악취와 오물들로 가득하던 고속도로 화장실을 꽃이 피어있고, 향기가 나는 화장실로 탈바꿈 시킨 사례를 우리는 직접 체험하였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화장실 이용을 단순히 잠시 거쳐 가는 공공장소가 아닌 우리의 문화로 인식하는 의식변화, 그리고 그러한 개인의 변화를 통해 사회를 변화 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의 확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선례를 지금의 주차문화 개선에 대입해 볼 때 오히려 더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주도할 때 자신의 삶도 함께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주차여건이 열악한 상황을 불평하는 만큼의 노력으로 주차문화의 변화를 시도한다면 머지않아 유럽의 선진국에서 보던 정리정돈 된 시원한 도로 풍경을 대한민국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자동차의 겉모습이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나타내 줄 것이라는 기대만큼, 자동차를 다루는 습관이 자신의 인격을 나타내 준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오늘부터 나부터 나의 인격을 뽐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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