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모임’은 달랐다...그러면 ‘중립모임’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7-08-02 13:50:06
{ILINK:1}한나라당 내 중립 인사들의 모임인 ‘당이 중심 되는 모임(중심모임)’ 소속 인사들이 2일 위대한 결단을 내렸다.
김덕룡.전여옥 의원 등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는 인사들이 이명박 진영으로 ‘우르르’ 몰려 갈 때까지만 해도 각 언론은 맹형규.박진 의원 등 중심모임도 조만간 이명박 진영으로 합류할 것이란 보도를 쏟아냈었다.
실제 한 언론은 ‘당 중심모임, 이명박 지지 가능성 높아’ 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작성했으며, 또 다른 언론도 ‘중립선언 했던 중심모임, 이명박으로 기울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명박 지지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바 있다.
하지만 ‘중심모임’에 속한 인사들 대부분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시민일보는 그 같은 보도를 믿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중심모임은 2일 특정 후보에 줄을 서지 않는 이른바 ‘중립의 길’을 끝까지 지킬 것이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중심모임 회장인 맹형규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 간 과열경쟁을 막고, 경선 후 당의 단결과 화합을 위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정후보의 지지보다 중요한 것은 본선 승리를 위한 당의 화합과 당내 민주화의 중심이 되기 위한 활동”이라며 “이것이 국민들의 열망인 정권교체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맹 의원은 이어 “양 대선후보는 범여권의 누구와 겨뤄도 이길 수 있는 본선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경선 후 양 진영의 반목과 갈등으로 당의 전력이 극대화되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중심모임은 경선 이후 양 진영의 갈등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친이 진영이나 친박 진영 모두 자신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주지 않은 이들의 선택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선택은 옳았다.
사실 이들이라고 해서 왜 김덕룡 의원이나 전여옥 의원과 같은 유혹이 없었겠는가?
김 의원이나 전 의원은 잠시 ‘중립’을 지키는 것처럼 하더니 결국은 돈이 남아돌아 전국 곳곳에 땅을 사고판 재벌급 후보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대의와 명분을 따른 것이다.
맹형규 의원은 이날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장님이 쓴 는 칼럼을 읽었습니다. 한나라당은 없고, 오직 ‘이명박당’, ‘박근혜당’만 존재할 뿐이라는 지적에 우리는 끝까지 당의 중심을 지켜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아프간 사태 해결을 위해 방미 길에 나선 박진 의원도 공항에서 같은 말을 전해왔다.
“우리 21명 전원이 국장님 칼럼을 돌려가며 읽었습니다. 그 원칙을 따르도록 했습니다. 중심모임은 결코 흔들림이 없을 것입니다. 믿어도 됩니다.”
이 얼마나 듬직한 말인가?
만일 이들이 없었다면 한나라당은 이미 분열됐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중심모임’이야말로 한나라당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남경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중립모임’의 선택이다.
수요모임의 회장인 남 의원은 이명박 후보에게 수요임과 M&A를 하자며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졌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중립모임을 만든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위장 중립’이라는 소리까지 나왔겠는가.
실제 남경필 의원은 중립선언 이틀 만에 사실상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 성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빈축을 산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남 의원의 진심을 믿고 싶다. 그동안 그가 어떤 행보를 보였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남 의원은 ‘중립모임’을 만들면서 스스로 “기존 서울지역위주의 중립모임인 당중심모임과 긴밀히 협조·연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중립모임’은 맹형규. 박 진 의원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중심모임의 이 같은 선택을 존중하고, 그 대열에 동참하는 게 어떻겠는가.
모쪼록 오늘 중심모임의 어려운 결정에 박수를 보내며, 중립모임도 같은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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