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을 조장하는 `선호도`설문조사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7-08-04 16:03:17
{ILINK:1}지금 한나라당 내에서는 대통령 후보 경선과 관련, 20%를 반영하는 여론조사 설문방식을 둘러싸고 박근혜 후보측과 이명박 후보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박근혜 측이 `누구를 대통령 후보로 찍겠느냐`는 `지지도`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명박 측은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됐으면 좋겠느냐`는 `선호도`를 물어야 한다는 것.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도`를 물을 경우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는 오차범위내에서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박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도 있고, 이 후보가 이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누가 이기든 그 차가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단순히 `선호도`를 물을 경우에는 이 후보가 무려 5%~10가량 앞선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날까?
필자는 `역선택`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가령 범여권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에게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됐으면 좋겠느냐`고 `선호도`를 물으면, 당연히 본선에서 `한방`에 무너질 것 같은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응답할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에게 `그러면 그를 지지하느냐`고 `지지도`를 물으면 `펄쩍`뛰면서 `아니다`라고 응답할 것이다.
결국 `선호도`설문방식은 `역선택`을 은근히 부추기는 것으로 당연히 흠이 많은 취약한 후보의 선호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점을 이명박 후보진영에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명박 후보 진영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역선택`으로 인해 덕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7대 총선 당시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선거구에서 `역선택` 문제가 제기돼, 파문이 일기도 했었다.
시민일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4년 2월 28일 열린우리당 은평을 국회의원 후보경선에 한나라당 지구당 핵심당직자들이 선거인단에 참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체 선거인단 1034명 가운데 이○○ 고문, 김○○·백○○ 자문위원, 신○○·이○○ 홍보회장, 김○○ 운영위원 등 한나라당 지구당 핵심 당직자들이 포함된 명단이었다.
물론 1034명 가운데 20여명이라면 극히 미미한 수다. 그러나 당시 본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던 최씨는 불과 10여표차로 경선에서 패하고 말았다.
결국 이 의원은 `탄핵역풍` 속에서도 승리하는 행운을 맛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이 최씨와 본선에서 맞붙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여하간 이런 `역선택`방식을 잘 알고 있는 이명박 진영이다.
그래서 `역선택`이 가능한 `선호도`설문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후보가 흠이 많고 취약한 후보라는 사실을 자신들도 잘 알고 있다는 뜻 아닌가?
만일 이 사실을 알고 역선택을 조장하는 것이라면, 이 후보가 본선 경쟁력이 없는 후보라는 점을 시인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선호도` 설문방식을 고집한다면, 이것은 범여권의 집권을 돕는 해당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물론 여기에는 이명박 후보가 본선에서 패하더라도 당권만 장악할 수만 있다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이명박 후보 측에 줄을 선 사람들이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당 지도부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당 지도부마저 정권창출을 포기하고, 역선택을 조장하는 `선호도`방식을 밀어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이것은 아니다. 당신들은 비록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정권창출을 포기했는지 몰라도, 당원과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누가 당권을 장악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필승후보`를 내세워 이번에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 당원과 국민의 생각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역선택`을 부추기는 `선호도`방식을 버리고, `필승후보`를 고를 수 있는 `지지도`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