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진영의 순진함이 귀엽나요?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7-08-27 11:46:00
{ILINK:1}처음에는 솔직히 박근혜 진영의 순진함이 마음에 들었다.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짜증이 난다.
박근혜 전 대표만 아니었다면, 그들을 향해 신랄하게 퍼붓고 심정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진영이 27일 오후 신촌의 한 음식점에서 경선과정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 원ㆍ내외 당원협의회 위원장 150명 가량을 초청, 대규모 축하연을 연다.
이날은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20일 경선 패배 후 삼성동 자택 칩거 7일만에 선대위 관계자 및 지지자들과 만나기로 한 날이다. 물론 눈물의 해단식이 있을 것이다.
해단식 일정은 이미 각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이 후보 진영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이 후보 진영이 같은 날 자축연을 연 것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조롱’의 성격이 짙다. 그런데도 박 근혜 진영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측 의원에게 일정을 전해 듣고 날짜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는데 묵살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말 순진한 것인지, 아니면 바보인지 모르겠다.
박근혜 해단식의 눈물을 자축하는 노골적인 ‘조롱 축하연’인데, 그 일정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니, 참으로 한심하다. 이미 이명박 진영은 박근혜 진영을 한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솔직한 그들의 속내를 말하자면, “박근혜! 너, 보따리 싸고 나가!”가 맞다.
박 대표가 수모와 조롱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탈당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뜻이다.
만일 박 전 대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 중 무엇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후보교체론이 튀어 나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후보 측은 이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 방법이 박근혜 제거다.
박 전 대표는 영남권과 충청권 등 한나라당 전통지지표밭에서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린 사람이다. 반면 이 후보는 구민주당 텃밭인 호남권과 서울에서만 가까스로 승리했을 뿐이다.
한나라당 후보로서는 매우 불안한 후보다.
이는 2002년 노무현 후보가 호남 텃밭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영남지역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것과 닮은꼴이다.
그로 인해 노 후보는 당시 호남세력의 반발로 줄곧 후보교체론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서 박근혜를 제거하고 이명박 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직후 전격적으로 `당쇄신`을 선언한 것은 이 때문이다.
명분은 ‘당쇄신’이지만, 실제는 ‘살생부’인 셈이다. 즉 박근혜 측근들을 숙청하겠다는 선언이라는 뜻이다.
결국 박근혜를 지지했던 영남세력을 당에서 몰아내고, 대신 호남세력을 대거 끌어들이겠다는 발상이다. 특히 박근혜 지지의 핵심인 정통 보수세력을 ‘수구세력’으로 매도하면서 뉴라이트 등 진보세력을 대안세력으로 키워나가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 진영 일각에서는 ‘설마’하며, 이를 의심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하려면, 박근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순진한 것인지, 멍청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명박 후보 진영은 이미 정권교체를 포기한지 오래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가운데 무엇하나 속 시원하게 해명된 것이 없는데다, 앞으로 또 어떤 의혹이 제기될지도 모르는 후보를 가지고 어떻게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겠는가?
경선에서야 돈 많은 후보가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여기 줄서라”하는 방식으로도 이길 수 있지만, 본선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 모를 리 없다. 그러면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무엇이겠는가?
바로 당을 장악해 이명박 사당화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선거에서 떨어져도 자신이 살아 날 구멍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박근혜 후보가 조롱을 견디다 못해 자진 탈당해 준다면, 그에게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으니 금상첨화다.
이걸 모르고 여전히 이명박 진영을 한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 진영 관계자들이 너무나 한심하다.
동생이 상을 당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오빠가 동네방네 사람들을 모아다 잔치를 연다면 그것을 어찌 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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