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서갱유의 교훈을 생각하자.
이영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7-10-02 03:58:37
진시황이 중국 최초로 통일국가를 이룩한 치적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무리한 업무추진에 있다고 본다.
국토에 이어 도량형, 문자의 통일 뿐 아니라 사상 통일까지 이루고 싶었던 진시황이 백성들의 사상을 통일하기 위해 국가의 이념과 다른 모든 유학 사상을 통제하는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다.
기원전 213년 시황제는 역사책, 의약, 농업, 점치는 책 등 법가 사상에 관한 책만 제외하고, 수만 권의 책을 압수하여 불태워 버렸고, 이 사건으로 수 많은 중국 고대의 귀중한 문헌들이 한줌의 재로 변해 버렸다.
황제는 이어 이를 반발한다는 이유로 선비 460여명을 생체로 매장해버렸다.
식자층 몰살을 자신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는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사상과 학문의 자유가 억압된 최초의 사례가 된 ‘분서갱유’의 역사적 배경이다.
진시황의 분서갱유는 중국은 물로 동양문화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긴 오점으로 기록되고 있다.
때문에 진시황은 여러가지 긍정적 치적에도 불구하고 중국 문화 발전을 저해한 주역으로 남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오래전 분서갱유의 망령이 첨단문명의 첨병인 인터넷상에서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일부 인터넷 신문 및 정치웹진의 네티즌을 향한 횡포가 그것이다.
노래방이 전국민을 가수로 만들었듯 인터넷은 많은 네티즌을 기자로 만들었다.
실제로 인터넷 현장에선 여론을 주도하는 네티즌의 열정과 에너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로 인해 언론이 여론을 주도하는 기존 형태가 ‘네티즌의 글쓰기’에 의해 그 양상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언론이 특정 후보에 얽매여 올바른 시각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난무한 현실에선 네티즌의 역할이 도드라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요즈음 일부 인터넷 신문의 토론방과 정치웹진이 자의적인 편집 잣대로 네티즌들의 활동을 가로막는다는 소식이 있어 안타깝다.
실제로 보수 성향의 모 인터넷 신문은 특정 논객들과 특정 네티즌들의 아이피를 차단해 아예 홈피에 접근조차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는가 하면, 범여권 지지성향의 어떤 정치웹진은 자신들의 주장과 반대 되는 의견을 ‘해우소’라는 곳에 보내 게시판에서 아예 사라지도록 하는 기발한(?)장치를 만들었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의견만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과연 이 같은 행위가 정당한 것인가?
인터넷 신문의 탄생은 조.중.동 등 특정 매체가 주도하는 여론왜곡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매체는 넷심(네티즌 마음)을 통해 전달되는 민의를 가감 없이 반영해야만 한다.
그런데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민의를 듣지 않기 위해 특정 논객과 네티즌들의 접근을 차단하거나, 그들의 의견을 쓰레기통으로 보내버리는 행위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인터넷 세상에서 활약하는 논객이나, 그들의 의견에 댓글을 달고 추임새를 넣는 네티즌들은 언론인과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각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들이 소속 언론사의 편집방침에 따라 기사를 쓴다면, 그들은 오로지 자신의 양심에 따라 글을 써 내려간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론을 전달한다는 근본 목적은 서로가 같기 때문이다.
사실 기자들이 자사의 ‘편집방향’이라는 일정한 틀에 구속돼 기사를 작성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인데 비해 원천적으로 자신의 소신을 기준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네티즌 쪽이 ‘객관성’에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종이신문은 대체로 논객들과 네티즌들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다.
시민일보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매일 발행되는 수만부의 부수가 수도권 지역 독자들의 가정이나 직장으로 배달되고 있으며, 그 지면 하단에는 매일같이 광고가 게재되고 있다.
운영비의 99%가 이들 구독료와 광고비에서 나온다.
반면 인터넷 홈피 등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은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터넷 신문은 99% 이상을 인터넷 상에서 수익을 내야만 한다.
따라서 네티즌이 방문하지 않는 인터넷 매체는 곧 죽은 매체나 다를 바 없다.
결국 네티즌들은 인터넷 매체의 중요한 자산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네티즌을 홀대하고 있는 일부 인터넷 매체와 정치웹진들은 자신들의 원천적 자산을 홀대하고 있는 어리석음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대선판에서 그들이 네티즌을 홀대하면서 얻는 또 다른 이익이 무엇인지 몰라도 그것은 분명 소탐대실임을 알아야 한다.
저마다가 대통령 선거 때 까지만 존재할 목적을 세운 것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무엇보다도 민의가 그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 떳떳치 못한 편집기준으로 특정 논객들과 네티즌들의 아이피를 차단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민의왜곡장치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당신들이 그토록 강도 높게 비판하던 조.중.동의 모습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신종 분서갱유 현장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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