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넷心, 무소속을 주목한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7-10-14 16:25:00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이후 정치를 냉소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유권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 같다.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CBS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4주 연속 하락세에서 탈피, 2.4%가 상승한 50.5%로 다시 50%대 지지율을 회복했다고는 하지만, 응답률은 고작 5% 정도였다.

1만5624명에게 통화 시도를 해 고작 850명으로부터 응답을 얻어냈다는 말이다.

즉 100명에게 전화를 걸어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더니, 아예 대꾸를 안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사람들이 태반이고, 그나마 5명 정도가 ‘아무개’라고 응답했으며, 그중에 두세명이 ‘이명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는 뜻이다.

어쩌면 아예 대꾸를 안 하고 끊어버린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에는 찍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12.19 대선에서 기권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대안 후보를 찾아 투표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들의 표심이 이번 대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표심이 배제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같은 여론조사는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믿거나 말거나’식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그들은 누구를 대안으로 선택할까?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박사모가 최근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1%의 가능성을 믿고, 여전히 후보가 교체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박근혜 신당이 창당 돼 새로운 후보를 내어 줄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현재 나온 비한나라당 후보 가운데 다른 후보를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가 선대위 고문직을 맡았으니, 미우나 고우나 이명박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래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들이 비한나라당 후보 가운데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보다는 무소속 후보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시민일보가 지난 9일 정오부터 11일 정오까지 48시간 홈페이지에서 ‘이명박 후보의 대항마로 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1341 명이 응답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738 명 (55%)이 ‘문국현’을 지지했다.

뒤이어 14일 ‘국민선택’이라는 당을 창당한 장성민 의원이 352 명(26%)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동영 후보는 19 명 (1%), 그와 경쟁을 벌이는 손학규 후보는 39 명 (3%), 친노단일 후보인 이해찬 후보는 103 명 (8%), 민주당의 1위 주자인 이인제 후보는 64 명 (5%)에 불과했다.

네티즌들은 기존 정당의 후보 보다는 무소속 후보에 더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물론 투표한 사람들 가운데는 미성년자도 있을 수 있고, 특정 지지자들이 투표 사실을 알고 집중적으로 몰려와 투표를 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여론조사의 정확한 수치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네티즌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보편적인 의견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즉 방황하는 넷심이 기존 정당 후보들 보다는 무소속 후보인 문국현 후보와 장성민 후보와 같은 신선한 후보들을 대안으로 눈여겨보고 있다는 말이다.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이 ‘이명박 대세론’을 설파했지만, 넷심은 반대로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하고 있었다.

실제 대세론을 떠들어 대던 각 언론이 이명박 후보의 20%이상 승리를 예상했으나, 네티즌들은 그 같은 보도를 전혀 믿지 않았다.

오히려 넷심을 잡은 박 전 대표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뚜껑을 열고 보니, 대형 언론사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네티즌들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18만명의 경선인단 투표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세론’후보를 보기 좋게 한방 먹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넷심이 지금 무소속 후보들을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면, 아무리 조.중.동이 대세론을 설파해도 그 대세론은 한낱 모래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다만 넷심이 아직도 한 곳으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이처럼 방황하고 있는 넷심을 과연 누가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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