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귀국저지 안간힘 쓰지만...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7-10-22 14:26:44
겉 다르고 속 다른 이명박 캠프의 모습이 또 다시 꼬리 잡히고 말았다.
이 호보 측이 김경준 전 BBK 대표의 송환을 방해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측 변호사가 지난 19일 또다시 한국 송환 유예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도에 따르면 미 로스앤젤레스(LA) 검찰청의 한 고위 간부가 “오늘(19일) 김경준씨의 범인인도를 반대하는 이의 신청(motion)을 (이 후보측) 변호사가 또 제출했다”면서 “다음주 중에 판사가 이의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
이 후보가 겉으로는 “빨리 김경준이 귀국해 한국 법원의 재판을 받으라”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뒷구멍으로는 이처럼 그의 송환저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이 후보는 지난 20일 “(김씨가) 대한민국에서 죄를 저질렀으면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조치를 받는 게 좋다”고 말한 바 있다.
바로 전날 김씨의 한국 송환유예신청을 해놓고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물론 이 후보 입장에서는 김경준 씨의 귀국이 어떤 식으로든 대선 판을 흔들 것이기 때문에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BBK주가조작 사기사건의 주역이자 핵심증인인 김씨가 한때 동업자였던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를 폭로할 가능성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현재 BBK사기사건과 전혀 무관하며 자신도 이 사건의 피해자임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김씨의 증언 내용이나 자료 공개에 따라 국면은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다.
오죽하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박용진 대변인이 최근 “이명박 후보의 잠 못 드는 10월의 밤이 시작됐다”고 비아냥거렸겠는가.
올해 대선후보 등록일은 다음달 25~26일이다.
그런데 김씨는 다음달 27~28일쯤 한국에 송환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마디로 여야 후보가 등록한 이후에나 김씨에 대한 한국의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 결과는 투표일인 12월19일 직전에나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만에 하나 여기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의혹이 어느 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 타격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클 것이다.
물론 검찰수사 결과가 이 후보의 ‘결백’ 주장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나오게 되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이 후보 측이 그의 송환저지를 위해 이처럼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면 뭔가 있기는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명박 후보측의 집요한 귀국방해 시도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법원은 김씨의 송환을 결정했으며, 한국의 검찰은 김씨가 송환되면 관련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김씨는 주가조작·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에 기소 중지돼 있는 상태다.
또한 이 후보의 차명재산 보유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핵심 참고인으로 지목돼 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진실은 가려질 수밖에 없다.
그 진실의 향배에 따라 ‘이명박 대세론’이 모래성처럼 일순간에 허물어 질 수도 있고, 더욱 견고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이 극히 저조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직 지지할만한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 그들이 최종결심을 앞두고 김경준씨의 귀국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월 한나라당 경선에서 조.중.동이 이끄는 ‘이명박 대세론’에 속았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직접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올바르게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말이다.
지금 정치권을 주목하는 네티즌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져 있다.
각 정당의 후보들을 검증하기 위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12.19 대통령 선거에서 좋은 대통령을 선출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아 질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이들이 신념을 가지고 있는 한 일순간의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후보는, 그가 누구든 결코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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