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가장무도회, 이제 막 내릴 시간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7-10-24 17:25:29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BBK’라는 소리만 나오면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도 있다. 그게 무슨 사건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박영선의원이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에 이용된 펀드의 실질적인 지배권 행사자인 사실이 밝혀졌다”며, 무슨 그림까지 들고 나와서 열심히 설명하지만, 머리에 ‘쏘옥’ 들어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그렇게 복잡한 사건이 아니다. 의외로 간단하다. 이미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은 판명 났다.
다만 주가조작 과정에 이명박 후보의 개입이 있었느냐의 여부가 관건이다. 그러자면 주가조작에 동원된 자금을 이명박 후보가 투자했느냐 안했느냐를 살펴보면 된다.
그래서 살펴보니, 이명박 후보와 BBK 주가조작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이 공동대표로 있던 엘케이(LKe)뱅크는 BBK가 운용하던 마프(MAF)펀드에 150억원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물론 이 자금을 이용해 BBK의 자회사인 옵셔널 벤처스가 5200여명의 소액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주가조작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익히 다 알고 내용이다.
그러면 엘케이뱅크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마프펀드에 투자할 때 이명박 후보는 그 사실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그는 단지 무능한 경제인일 뿐이며, 따라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무능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하지만 만일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는 사기꾼이라는 지탄을 받는 김경준씨와 공범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적 책임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후보가 공동 대표인 엘케이뱅크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마프펀드에 투자할 때 정식 이사회를 거쳤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50억원을 투자한 LKe뱅크 이사라야 이명박 후보, 김경준, 그리고 미국에서 이명박 후보 대리인으로 이 재판을 맡고 있는 김백준씨 등 달랑 세 명뿐이다. 이들 3명의 이사가 있는 자리에서 승인됐다고 자기네들이 기록한 것이다.
더구나 펀드운용 내용은 모두 이명박 당시 회장에게 보고된다는 내용의 미국법원 소장까지 확인된 마당이다.
이 같은 관측이 틀림없다면, 이명박 후보는 ‘무능한 경제인’이 아니라, ‘부패한 경제인’으로서 국민의 비난을 받아도 싸다.
그런데도 이명박 후보는 지금까지 아무 말이 없다.
다만 한나라당 대변인을 통해 이런 저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보니 서로 모순된 논평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박형준 대변인은 지난 22일 ""김경준씨가 계좌를 임의로 도용해서 투자한 것""이라는 엉뚱한 해명을 내었다가 망신을 당했다.
그러자 다음 날에는 나경원 대변인이 나서서 ""투자했는지 안했는지 후보에게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정치공작이다. 중단하라""는 논평을 냈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한 해명은 일체 없다. 나 대변인 말처럼 대변인들이 잘 몰라서 그렇다면, 그 사건의 당사자로 사건의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직접 나서서 해명하면 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 ‘정치공작’을 운운하면서, 이명박 후보는 가장무도회가 벌어지고 있는 장막 뒤로 숨어버렸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마냥 그렇게 숨어 있을 수만은 없다.
사건의 열쇄를 쥐고 있는 김경준 씨가 다음달 28일이나 29일쯤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김경준 씨의 한국 송환문제는 니컬러스 번즈 미 국무부 정무차관에게 권한이 위임된 상태이며, 미 국무부가 김 씨 송환 문제에 대한 권한을 번즈 차관에게 위임한 것은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중동평화와 이란 핵프로그램 문제 등으로 이 문제에 관여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김 씨의 귀국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며, 그는 귀국과 동시에 BBK 사건의 모든 진실을 다 말하게 될 것이다.
BBK 가장무도회가 막을 내릴 시간도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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