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 그거 ‘희망사항’ 아닌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7-10-30 17:39:26

이명박 후보의 최대 무기는 그 어떤 악재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높은 지지율이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이 30일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의미”라며 이명박 지지율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박 대변인은 이날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2-3주 전보다 4-5% 상승했다”며 “신당의 ‘이명박 흠집내기 국감’을 통한 ‘한방 공작’은 ‘헛방 공작’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은 김대업에는 속았어도 김경준에는 속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과연 그러한가?

일단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높다는 점은 인정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40%~50%대를 오락가락하는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유일하다.

정동영-문국현 후보 등 다른 정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명박 후보를 따라 잡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처럼 공개되는 수치 이면에 숨어있는, 즉 공개되지 않는 수치를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 29일 (주)I-BOAT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46.21%로 매우 높게 나타난 반면 2위인 정동영 후보는 17.04%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지후보를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무려 39.59%나 됐다.

10명 중 4명은 마땅히 찍을 만한 후보가 없어서 망설이고 있다는 뜻이다.

또 ‘지지할 후보를 결정했다’는 60.41% 가운데는 ‘상황에 따라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사람도 20% 정도나 됐다.

그러면 현재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번 대선에서 투표권을 포기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적극적인 투표의향자와 가급적 참여하겠다는 사람이 90%를 훨씬 상회한다.

즉 10명 중 9명이 투표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그 중 4명이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지지후보를 결정한 6명 중에서도 2명이 지지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현재 지지후보를 확정한 사람은 고작 4명인 셈이다.

그 가운데서 이명박 후보가 46%의 지지를 얻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지지후보를 확정한 4명중 2명의 지지를 얻는 데 불과한 것이다.

즉 여론조사에 응한 응답자 10명 가운데, 단 두 명만 이명박 지지를 12.19 대선 때까지 변함없이 이어갈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8명은 현재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지만 지지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아예 처음부터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새로운 후보가 출마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이명박 대세론은 매우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응답률까지 생각한다면, 그 취약성은 극에 달한다.

I-BOAT가 전국 유선전화번호 5만 935건의 전화를 돌렸고, 그 가운데 성공한 통화건수는 4만 3788건이었다.

그 가운데 응답 성공수는 3717건으로 응답률은 8.49%에 불과했다.

아예 처음부터 지지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 귀찮아서 응답하지 않는 사람들의 수가 10명 중 9명이나 됐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각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그나마 정치권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이거나 특정후보의 맹목적인 추종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그러나 투표는 그런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10명 중 9명이 투표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바로 그들의 표심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들, 즉 정치에 냉소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지지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누구를 최종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판가름 날 것이란 뜻이다.

다시 말하지만, 10명 중 4명이 아직도 지지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현재의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

더구나 응답률이 채 20%도 안 되는 여론조사를 들고 나와 대세론을 운운하는 것은 코미디에 불과하다.

그저 그런 여론조사는 ‘믿거나 말거나’에 불과한 것 아니겠는가?

그 단적인 사례가 바로 한나라당 경선 결과다.

각 언론은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격차를 적어도 10%에서 20%정도 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땠는가?

오히려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이겼다.

여론조사결과를 반영한다는 이상한 룰만 없었다면 이명박 후보가 패했다.

신당의 손학규- 정동영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도 같은 결론이었다.

여론조사 없는 본선의 최후 승자를 지금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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