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후보에 대한 愛憎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7-11-01 14:41:19

한나라당 경선 이후 문국현 후보는 한 때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바보스럽게(?) 원칙을 강조하는 박 전 대표의 모습과 문 후보의 모습이 상당부분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문 후보에게서 또 다른 박 전 대표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실제 박근혜 지지자들의 관심이 당장 문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그의 지지율을 띄우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쩌면 문 후보 측에서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박 지지자들의 표심이 문 후보를 향했던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이명박 지지율을 일정정도 끌어 내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어쩌면 박근혜 지지자들이 문국현 후보에게 관심을 표명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하간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대표가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이후, 한동안 칩거하거나 절필을 선언했던 논객들이 서서히 문국현을 구심점으로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났었고, 그로 인해 문 후보가 인터넷상에서 주목받는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현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박근혜와 문국현 사이에는 서로 일치하는 면보다 대치되는 면이 더 많다는 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치되는 면이라면, 우선 박근혜 전 대표와 문국현 후보가 각각 ‘원칙주의자’, ‘미스터 원칙맨’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반칙으로 세상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이 강조하는 원칙에 대해 “법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고 부정부패로 돈을 벌고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땀을 흘린 만큼, 피를 흘린 만큼 보상받고 성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국현 후보는 “저승객이 되었지만 나에게는 소아마비를 앓는 여동생이 있었다. 동생을 가슴에 안고 계단을 올라갈 때면 `계단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남몰래 울었다. 약자에 대한 배려를 동생에 대한 배려를 통해 배웠고 그것이 나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지배했다...나는 윤동주의 시처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도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부정부패한 방법이 아닌’ 원칙을 강조했고, 문 후보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상 크게 다를 바 없는 말이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전대표가 고 장준하 선생의 유족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하며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하는 등 민주화세대와 산업화세대 간 갈등을 치유하는 국민통합의 길을 걸어간 반면, 문 후보는 여전히 선명한 갈등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남북이 분단된 상항에서 동서갈등의 질곡까지 안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구시대의 냉전적 사고방식인 좌우이념의 갈등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은 글로벌 경제시대다. 국민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세계의 모든 국가들과 싸워 이겨야 하는 극한 경쟁의 시대다.

그런데 문 후보는 자신의 내건 구호와 달리, 지나치게 좌편향 된 행보를 보이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좌든 우든 어느 한쪽으로 경도된 정치인이라면, 그가 누구든 우리나라의 정치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필자의 생각도 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이쯤에서 문국현 후보에 대한 관심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이다.

다만 그래도 범여권 진영에서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 가운데서는 가장 훌륭한 후보라고 생각하는 만큼, 그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남겨놓겠다.

아울러 본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문국현 후보가 맞대결하는 그림이 그려졌더라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선거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도 함께 남겨 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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