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지지율, 두 번 속지 않겠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7-11-08 14:17:45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선언 직후, 각 언론사가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필자는 전율을 느꼈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출마선언 직후, 조선일보가 TNS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37.9%, 무소속 이회창 후보 24.0%의 지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 간의 격차는 13.9%였다.

전국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의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이는 한나라당 경선을 35일 앞둔 시점인 지난 7월 14일 조선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너무나 닮았다.

당시 이명박 지지율 40.0%, 박근혜 지지율 25.8%로 두 후보 간 격차는 14.2%였다.

단지 두 후보 간의 격차가 14% 내외라는 점만 닮은 것이 아니다.

지지하는 지역도 영락없이 닮은꼴이다.

이명박 후보는 경선 때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지역과 호남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도가 높았던 영남권과 충청권은 이회창 전 총재가 강세다.

마치 한나라당 경선 과정을 녹화해 놓았다가 되돌려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실제 1주일 전인 10월 31일 TNS 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충청권 지지율은 12.1%였으나 7일 조사에서는 30.8%로 급등했다.

충청 민심이 이 전 총재에게로 급속하게 쏠리고 있는 것이다.

또 같은 날 영남일보가 대구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 지지율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비록 오차범위 내에서나마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아이너스리서치에 의뢰해 대구시민 604명을 대상으로 긴급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37.4%로 32.6%를 얻은 이 후보보다 4.8%포인트 앞섰다는 것.

이 여론조사는 7일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대구시민을 대상으로 ARS 전화면접방식을 통해 진행됐다.

유효 응답자는 604명, 응답률은 8.23%이고,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4.0%포인트이다.

대구는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지역이다.

박 전 대표는 대구지역의 지지를 경선직전에는 경북과 경남 및 부산까지 확대시킨 바 있다.

따라서 이 전 총재의 대구 지역 상승세 여파가 경북과 경남 및 부산까지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선 당시에 이명박을 지지했던 수도권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TNS 조사에 따르면 지난 주 인천/경기 지역에서의 이 후보 지지율은 39.6%였다.

수도권 지역에서 올들어 처음으로 30%대까지 추락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이명박 후보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에서조차 30%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 후보의 서울 지지도는 38.7%다.

반면 이회창 전 총재는 22.2%로 전 주보다 3.4%가 증가했다.

수도권 지역에서도 ‘이명박 대세론’이 어이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12.19대선은 여론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한나라당 경선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경선 당시 조.중.동을 비롯한 각 언론이 ‘이명박 대세론’을 강조하면서, 이명박-박근혜의 표차가 적어도 10% 이상은 날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결과는 어떤가?

오히려 18만명을 대상으로 한 선거인단 투표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다.

이 후보는 다만 고작 5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만 겨우 승리했을 뿐이다.

그와 같은 현상이 이번 대선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본선에서는 여론조사를 표로 환산하지 않는다.

직접 투표 현장에 나가 투표한 사람들의 표만 집계할 뿐이다.

그러면 그 결과가 어찌될까?

한 네티즌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8월 경선에서 여론조사결과만 믿고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 가운데 땅을 치며 통곡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당시 여론조사가 엉터리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대세론’에 휩쓸려 불안한 후보를 선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쉽다. 그 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그 누구도 여론조사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12.19 대선 결과가 그 같은 사실을 증명해 줄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8월 경선에서 여론조사는 이명박 후보가 최소한 10%정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박근혜 전 대표가 투표인단 선거에서 승리했듯이, 지금 이회창 전 총재가 이명박 후보를 그 정도 앞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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