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心, 알량한 법으로는 막을 수 없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7-11-11 14:22:15

분노한 넷심(네트즌 마음), 정의로운 넷심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을까?

알량한 법 따위로는 결코 막을 수 없다.

그 단적인 사례가 바로 이명박 후보의 자녀들이 위장취업 했다는 기사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이다.

실제 은 지난 10일 이 후보가 자신이 만든 건물 관리업체에 자식들을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월급을 지급해 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유령직원’에게 월급을 지급해왔다면 이는 횡령과 탈세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강기정 의원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후보가 자신의 건물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회사인 대명기업에 이 후보의 큰딸 이주연씨는 2001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직원으로 등재돼 매달 120만원을 받았다”며 “막내아들 이시형씨도 2007년 3월부터 현재까지 이 곳 직원으로 매달 250만원을 받고 있지만, 이 후보의 아들과 딸이 실제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후보의 아들은 지난해 외국계 금융회사인 국제금융센터(SIFC)에 입사했다가 올해 7월 퇴사하고 외국 유학을 준비 중이다.

서류상으로 보면, 국제금융센터와 대명기업에 근무한 기간이 겹친다.

또 2001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직원으로 등재됐던 이 후보의 딸 이주연씨는 2003년부터 1년 동안 미국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근무도 하지 않는 자식들을 위장취업시켜 매출(수익)을 줄이는 방식으로 세금을 포탈한 셈이다.

즉 이 후보의 딸과 아들의 월급으로 누락된 소득신고 금액만 8800만원에 이른다고 하니, 그 만큼 부당 이득을 챙긴 셈이 되는 것이다.

이 기사가 포털 야후 메인에 뜨자 네티즌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댓글 100만개를 돌파하여 침묵으로 일관하는 방송사와 조중동 등 대세론 주자에게 줄을 선 언론사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자는 글들이 잇따랐다.

이 후보를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글은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다.

ID '에델바이스'는 ""이런 분을 대통령으로 모셔놓고 외국에 우리 아이들 유학 못 보냅니다. 국제적인 웃음거리 됩니다""라고 개탄했으며, '우암'은 ""몇 백억이 있는 사람이 벼룩이 간을 내 먹다니...서민들 눈에 눈물 나는 소식을 접하고...""라고 탄식했다.


또 '이방인'은 ""BBK,땅투기, 위장전입, 선거법위반, 자녀위장취업, 맛사지 등 수없는 의혹에도 국민의 50%가 넘게 지지하고 있어요. 국민이 원숭이 지능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지지율""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특히 '가치투자'는 “건물관리에 기여를 했기에 월급을 줬다”는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 해명에 대해 “차라리 아무 말 말지... 미국에 가 있는 사람이 무슨 수로 건물관리에 기여를 하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서울시장이나 하고 있던 사람이 몇 푼 아끼려고 하는 짓이란... 정말 욕밖에 안 나온다""고 힐난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이와 유사한 댓글들이 에만 11일 현재 무려 2만 여개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에 기사가 나간 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이처럼 1많은 댓글이 붙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명박 후보를 선출한 한나라당이 네티즌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선거법 93조’의 악랄한 조항을 만들어 냈지만, 이를 악법으로 규정한 네티즌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없다”며 이처럼 강력한 저항운동을 ‘댓글달기 운동’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악법에 따라 경찰에서는 무려 875명을 네티즌 감시요원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선관위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이 네티즌을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618명의 네티즌이 수사대상에 올랐다고 하니, 그 감시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다.

심지어 각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개인블러그에 올리기만 해도 선거법위반에 해당된다고 하니, 세상에 이런 엉터리 법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 같이 알량한 법조항으로는 결코 정의를 추구하는 넷심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넷심은 순수하다.

정의를 따라 물결처럼 넷심도 흘러간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졸졸졸’ 흐르는 물길을 만들고, 그 물길이 시내를 이루고 강을 만들어 내듯이, 한 사람의 분노가 담긴 댓글이 여러 네티즌으로 하여금 공분을 일으키게 하고, 급기야 거대한 민심의 광풍을 일으키게 하는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지난 8월 경선에서 박근혜 혁명군(한나라당원 및 대의원)은 그런 방식으로 선거혁명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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