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도 아니”라는 발언의 의미

시민일보

| 2007-11-12 14:55:05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와 관련, “정도가 아니다”라거나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처음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필자는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전해 듣는 순간 무릎을 ‘탁’치면서 “역시! 박근혜답다!”고 감탄했다.

아마 그의 행보를 눈여겨 봐온 많은 논객들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 측은 이를 ‘이명박 지지’로 해석하며, 쌍수를 들고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천만에 말씀이다.

물론 이회창 전 총재의 무소속출마가 정도가 아니라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적은 맞다.

박 전 대표는 단지 그 사실을 원론적으로 전했을 뿐이다. 이명박 지지선언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발언이다.

그러면 박 전 대표는 왜 그런 식으로 발언했을까?

그 뜻을 정확하게 음미하자면, 그 다음 발언을 유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처음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도덕적으로 결함이 많은 후보는 ‘필패후보’라고 말했던 박 전대표의 원칙이 깨진 것인가?

비록 흠결이 많더라도 한나라당 후보면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것은 아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선을 거치면서도 이명박 후보는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증이 되지 않은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박 전대표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처음 생각에 변함이 없다.”, “이회창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이렇게 해석한다.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이명박 후보로는 아니다.

그래서 이회창 전 총재가 정도는 아니지만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즉 “한나라당이 위장전입과 위장취업을 자행한 ‘위장전문가’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지닌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가 정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가 이런 저런 비난을 감수하고 출마한 것은 한나라당도 그간의 여러 가지를 뒤돌아보고 깊이 생각해 잘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대표가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혹시 이명박 후보의 낙마 가능성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스가 비비케이(BBK)에 투자한 자금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설립한 엘케이이(LKe)뱅크의 자본금으로 쓰인 것으로 지난 11일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이 돈의 회계 처리 과정에서 이 후보가 김경준씨와 맺은 ‘대여금 대차계약’이 근거가 된 사실도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은 비비케이 계좌의 입출금 내역과 내부 회계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특히, 이 계좌 자료는 다스와 김경준씨 사이의 소송 과정에서 다스가 미국 법원에 직접 제출한 것이어서, 이 후보 쪽으로서도 조작 주장을 펴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운명은 어찌되는 것인가?

결코 그 앞길이 순탄치는 않을 것 같다.

우선 여론조사 결과가 증명해 주고 있다.

이날 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에 의뢰해 지난 10일 전국 성인 102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를 실시한 결과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로 밝혀질 경우 이 후보 지지율은 31%로 급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럴 경우 이회창 지지율은 24.7%, 정동영은 15.8%, 문국현은 6.9%로 조사돼 이회창 후보가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검찰이 BBK를 이명박 후보 소유로 발표할 경우는 이명박 후보가 낙마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낙마가능성을 보여주는 사건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 후보가 자신의 자녀를 위장 채용해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네티즌들의 비판여론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자, 결국 이 후보는 이날 밤 늦게 “본인의 불찰이고 꼼꼼히 챙기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세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조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앞서 이 후보는 위장전입 사건이 터질 때에도 버틸 때까지 버티다, 결국 지난 6월 16일 “30년전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다. 저의 책임이다”라고 공개사과 한 바 있다.

오죽하면 이명박 후보에게 ‘위장전문가’라는 애칭(?)이 따라 붙었겠는가.

위장전입이야 이미 공소시효를 넘긴 사건이기 때문에 죄가 있어도 처벌할 수 없지만, 위장취업은 다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 후보가 본인 소유 건물관리회사에 아들과 딸을 직원으로 등재해 수천만원을 횡령하고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횡령과 탈세혐의를 적용해 이 후보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따라서 이명박 후보가 검찰에 의해 기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만일 이 후보가 기소되면,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따라서 자동으로 당원권이 박탈된다.

그렇다면 당원이 아닌 사람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이상한 결과가 되기 때문에 후보교체가 불가피하게 된다. 그러면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될 것인가?

어쩌면 박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가 낙마하면, 그 대안은 이회창 후보가 아니라 한나라당 후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한나라당 후보가 되기 위해, 이 전 총재는 무소속 출마를 철회하고 한나라당 내에 들어와 나와 손잡고 정권을 창출하자는 메시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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