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모의 인간적 고뇌와 “昌 지지” 선언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7-12-02 14:04:23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인터넷 결사대' 박사모가 지난 27일 이회창 무소속 후보를 지지선언하고 나섰다.
박사모는 박근혜가 이끄는 혁명군의 선봉부대였다.
따라서 이들이 박근혜의 뜻(?)과 달리,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며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면 이들은 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것일까?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후안무치하고 파렴치한 범죄 전과자인데다가 각종 부패.불법.비리.부정의혹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 사람이 당선되면 ""범죄자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것""이 박사모의 생각이다.
따라서 ‘박근혜 결사대’가 ‘이회창 결사대’로 탈바꿈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도 이명박 팬클럽인 ‘MB연대’측은 “이회창을 지지 선언한 '박사모'는 '생양아치'”라며 극한 발언을 쏟아냈다.
한마디로 배신행위를 했다는 것.
하지만 필자의 판단은 다르다.
박사모의 탈바꿈은 변절이 아니다.
땅 속의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탈바꿈해야만 매미가 될 수 있다.
그런 매미를 향해 감히 누가 ‘변절’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매미가 되기를 거부하고, 그 갑갑한 애벌레의 껍질 안에 갇혀 지내는 행위야말로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사실 박사모의 인간적 고뇌는 매우 컸다.
박사모가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저희 마음속에 흐르는 님을 향한 일편단심, 한 조각 붉은 마음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임을 맹세한다""며 ""저희 대한민국 박사모가 바라는 것은 차기 대통령 박근혜이다""고 강조한 대목에서 그들의 고뇌를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아무도 자신의 그런 충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속상해서 그런가 보다하고 위로 의 말을 건넸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결정이 정말 옳은 것이었는지, 진정 이것이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한 결정이었는지 혼란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이런 말을 전했다.
“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들의 속마음을 잘 읽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들은 이명박 후보에 대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지원유세를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 자신들이 공천을 받으려면 박 전대표가 할 수 없이 지원유세라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것이 박근혜가 처한 상황이다. 이명박이 싫지만, 자기를 따라 준 사람들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 때문에 그를 지원하는 것뿐이다. 박근혜의 속마음과 겉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그럼, 제가 박근혜의 속마음과 같은 행보를 하고 있는 걸까요?”하고 물었다.
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박사모는 이미 한나라당을 위한 결사대가 아니라 애국 결사대로 거듭났다. 박 전대표가 비롯 ‘애당심’의 울타리에 갇혀, ‘애국심’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박사모의 충정을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보를 보인 박사모에 대해 반드시 고마움을 표시할 것이다. 박사모가 어떤 결단을 내리든 그것은 결국 나라를 위한 결단이자, 박근혜를 위한 결단이기 때문이다.”
이 말에 정 회장은 다시 눈물을 보였다.
‘울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을 만큼 그는 그렇게 순수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월요일 이회창 후보와 함께 대구 지원유세에 나선다.
그 자리에서 정광용 회장은 어떤 사자후를 토해낼까?
여하간 그 순간 박사모가 ‘박근혜 결사대’라는 애벌레의 껍질을 벗고 ‘이회창 결사대’라는 매미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한 때 정광용 회장을 향해 비난하던 이른바 ‘범박논객’들도 지금은 그의 행보를 이해하면서 그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허물 벗는 아픔을 이겨낸 박사모에 필자 역시 깊은 감동의 메시지를 보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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