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삼국시대 누가 살아남을까?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7-12-04 11:26:38
12.19 대통령 선거 이후 한나라당은 박근혜, 정몽준, 이재오를 주축으로 하는 삼국시대가 열린다.
이중 박근혜는 YS와 DJ 이후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중정치인으로서 일단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는 점에서 천하무적이다.
하지만 정당의 결정은 당원이나 국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뤄진다.
지난 8월 한나라당 경선에서 일반당원들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박근혜가 패하고, 대신 당협위원장들을 앞세운 이명박이 승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당협위원장들을 누가 많이 거느리고 있느냐에 따라 삼국시대의 승자가 판가름 날 것이란 뜻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현재로서는 단연 이재오가 우위다.
비록 그가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는다고 해도 당협위원장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한 결코 그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게 정당의 생리다.
그가 최고위원직에서 사퇴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제 그의 정치생명도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반드시 그는 정치일선으로 돌아올 것이고, 이 전보다 더욱 큰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그것이 정당의 생리인 까닭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가 이명박 지원유세에 나서자마자 더 이상 몸을 낮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그는 곧바로 정치재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경부선 지원유세에 이어 광주와 전남을 찾아 ‘토의종군’의 자세로 이명박 측면 지원을 강화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재오에게 박근혜라는 존재는 12.19 대선 때까지만 필요한 사람일 뿐이다.
물론 이명박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때 정몽준이가 새롭게 등장한다.
정몽준이 이명박을 지지하기 이전에 단 둘이 아무도 배석시키지 않은 자리에서 밀담을 나누었다.
그 밀담 과정에서 이명박이 정몽준에게 뭔가 큰 것을 약속했을 것이란 점은 산척동자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박근혜의 한 측근이 ""이명박 후보가 정 의원을 가리켜 말하는 것을 들으니 '총리 내락설'이 맞는 것 같아 발에 힘이 쭉 빠지더라""며 ""정 의원의 입당이 박 전 대표 견제용이라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봐도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다.
또 다른 측근 의원은 ""정 의원 입당은 차기 대권 경쟁구도를 만드는 것으로, 박 전 대표의 시련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정몽준이나 이재오는 박근혜와는 게임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두 사람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박근혜의 절반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정당의 결정은 당원과 국민의 의사와는 별개다.
아무리 박근혜가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다고 해도 당협위원장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분열된 한나라 삼국을 통일 할 수 없다.
오히려 세 불리를 느낀 정몽준과 이재오가 결탁해 박근혜 측을 섬멸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때 박근혜 병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 쪽으로 투항해 버리고 말 것이다.
실제 박근혜 측근들 가운데 충심으로 그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만일 박근혜의 장래를 생각하는 측근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면, 경선 과정에서 ‘필패후보.부패후보’라고 질책했던 이명박을 지원유세하라고 권유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박근혜야 망가지던 말든 오로지 자신들의 내년 총선공천 보장을 위해 박근혜를 사지(死地)로 내몬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을 믿고, 한나라당 삼국을 통일하려 들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결국 정.이 연합군 앞에 박은 고립무원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더구나 당밖 세력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
그동안 ‘박사모’ 등 당 밖 세력은 박근혜의 순수함과 부정부패와 타협하지 않는 원칙에 반해 그를 지원했었다.
그런데 부정부패 후보와 타협하고, 심지어 그를 위해 유세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마당에서 그들이 과연 예전과 같은 열정으로 박근혜를 응원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러나 아직도 늦지 않았다.
박근혜가 이회창과 연대하여 정권교체를 이루어 낸다면, 한나라당은 막강한 박.창 연합군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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