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영화계를 뒤돌아보다
관객몰이 실패… ‘위기론’ 시달려
시민일보
| 2007-12-16 19:38:05
‘디워’‘화려한 휴가’ 체면치레… 외국 블록버스터에 줄줄이 참패
올해 한국영화계는 우울함의 어두운 그늘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했다. ‘위기론’은 충무로에 그 짙은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제작, 투자, 각 스태프, 배우 할 것 없이 모든 영화 관련 주체들은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고 ‘거품 걷어내기’에 동참하는 듯 보였지만 관객과 시장은 예전처럼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올해 한국영화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월별 점유율을 통해 2007년 한국영화계와 한국영화를 되돌아본다.
◇1월=50.2%…‘미녀’의 힘
지난해 12월14일 개봉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새해 들어서도 인기를 모았다. 전년도 한국영화 점유율 63.8%에는 미치지 못하는 50.2%를 기록했지만 ‘미녀는 괴로워’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 점유율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제작 과잉’의 이면에서 제작 투자 분위기가 서서히 침체되기 시작했고 눈치 빠른 이들은 벌써부터 ‘한국영화의 위기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2월=69.2%… 서서히 감도는 위기감
2월1일 ‘그놈 목소리’가 관객을 맞았다. ‘미녀는 괴로워’와 함께 ‘그놈 목소리’는 한국영화 흥행 분위기를 이끌었다. 또 이형호군 유괴 및 살해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는 ‘공소시효가 끝난 비인도적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 이 때부터 한국영화의 본격적인 위기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3월= 20.5%… 위기, 현실이 되다
‘위기는 기회’가 되지 못하고 참담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3월14일 개봉한 ‘300’, 2월28일 관객을 만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등 외화들이 서서히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극장가 비수기라는 전통적이고 구조적인 상황 속에서 ‘뷰티풀 선데이’·‘수’, ‘이장과 군수’ 등 화제의 한국영화들이 잇따라 관객몰이에 실패했다.
◇4월= 55.4%… 스크린쿼터와 힘겨운 싸움
4월2일 향후 한국영화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을 중대한 사항이 결정됐다. 이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전격 타결되면서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도 상영일수를 73일에서 더 늘릴 수 없게 하는 현행유보에 한미 양국이 합의했다. 특히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낮아진다 해도 현행 73일에서 더 늘릴 수 없게 됐다. ‘극락도 살인사건’이 한국영화의 체면을 세우며 흥행했다.
◇5월=24.5%… ‘칸의 여왕’ 낭보
5월의 문이 열지자마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는 거셌다. 5월1일 ‘스파이더맨3’로 시작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습은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의 23일 개봉으로 이어지면서 한 달 내내 아니 상반기 내내 한국영화 관객을 빼앗아갔다.
하지만 5월27일 프랑스 칸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밀양’의 전도연이 한국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이다.
◇6월= 27.7%… 외국작들의 반격
‘슈렉3’가 6월14일, ‘트랜스포머’가 6월28일 각각 개봉하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는 이어졌다. 여전히 한국영화는 짓눌렸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기세등등한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었다. 또 ‘스파이더맨3’와 ‘슈렉3’,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등이 차지한 스크린수는 전체 스크린수의 80% 가량을 장악하면서 극심한 ‘스크린 싹쓸이’ 논란과 함께 ‘쏠림현상’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져갔다.
◇7월= 17.6%… ‘트랜스포머’는 셌다
6월28일 개봉한 ‘트랜스포머’를 시작으로 7월11일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7월17일 ‘다이하드4-죽어야 산다’로 이어지는 블록버스터 외화들의 공세는 물론 그 파괴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트랜스포머’는 개봉 한 달 만에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개봉작 가운데 흥행 1위를 차지했고 흥행 톱10 안에 무려 7편의 외화가 들어앉았다.
◇8월= 75.2%… ‘화려한 휴가’ 흥행
7월25일 ‘화려한 휴가’가 개봉하고 8월1일 ‘디 워’가 논란 속에 흥행의 기선을 잡았다. 두 영화는 빠른 속도로 흥행세를 몰아갔다.
‘화려한 휴가’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삼아 이를 전면적으로 다루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디 워’는 심형래 감독의 작품으로 그 작품적 완성도를 둘러싸고 숱한 논쟁에 휘말렸다. ‘디 워’는 이후 9월14일 미국 전역 2275개관에 개봉해 1000만달러가 넘는 수입을 거두기도 했다. 두 영화 덕분에 한국영화는 75.2%의 높은 점유율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9월= 60.1%… 추석 흥행경쟁
9월 한국영화는 추석 연휴 시즌을 노린 본격적인 흥행 경쟁에 나섰다.
9월6일 ‘마이파더’와 ‘브라보 마이 라이프’, 12일 ‘권순분여사 납치사건’과 ‘두 얼굴의 여친’, 13일 ‘즐거운 인생’과 19일 ‘상사부일체’ 그리고 ‘사랑’ 등의 한국영화가 잇따라 개봉했다. 외화로는 ‘본 얼티메이텀‘이 강력한 경쟁 상대로 나섰다. 경쟁은 ‘본 얼티메이텀‘과 ‘사랑’ 그리고 ‘디 워’의 승리로 끝났다.
◇10월= 60.8%… 영화제 홍수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9일 막을 올렸다. 개막 당일부터 내린 비는 이후 9일 동안 펼쳐진 영화 축제가 말도 탈도 많은 행사가 될 것을 예고했던 것일까.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의전을 둘러싼 논란이 영화제 내내 이어졌고 ‘M’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소동 등도 뒷말을 남겼다. 10월19일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 시상식도 수상 및 시상 배우들의 대거 불참과 함께 중계 취소 등으로 시상식은 파행적 진행을 면치 못했다.
◇11월= 51.6%… 식객, 조용한 흥행
11월23일 제2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우아한 세계’가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송강호)을 차지했고 ‘밀양’의 전도연은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12월1일 제6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도 개최돼 영화 ‘밀양’이 작품상, 감독상(이창동), 남녀주연상(송강호, 전도연) 등 주요 부문상을 휩쓸었다.
한편 허영만 원작 영화 ‘식객’이 조용한 관객몰이에 나서 흥행세를 달렸다. 기획력의 승리라 할 만한 ‘식객’의 흥행에 한국영화 위기 극복의 열쇠가 있다고도 평가하는 축까지 나타났다.
◇12월= 2008년을 기대하며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영화 관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또 이 기간 전체 흥행작 톱 10 안에 한국영화는 ‘디 워’, ‘화려한 휴가’ 그리고 ‘미녀는 괴로워’ 등 3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쨌든 올해 한국영화는 그 만큼 어렵고 힘겨운 ‘겨울’을 보냈다. 한 관계자는 “겨울이 추워야 그 다음 봄이 따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8년, 한국영화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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