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을 찍으면 1번이 당선 된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7-12-17 11:53:01
BBK가 이명박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 2번을 찍으면 1번이 당선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되고 말았다.
왜 그런가.
지난 5일 정치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어떤 형태로 합종연횡을 하든, ‘이명박 대세론’을 꺾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이명박 후보 자신이 “BBK는 내 것”이라고 밝힌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그의 지지율은 물거품처럼 빠지고 말았다.
어쩌면 그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실제 필자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이명박 사표’로 인해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온 마당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지금 이성을 잃었다.
한나라당 소속 시군구 의원들이 지난 16일 밤, 허가 없이 국회 담을 넘거나 신분증 제시 등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채 불법적인 방법으로 의사당 안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것도 이 때문이다.
오죽하면 국회 사무처가 17일 이들 국회 본청에 난입한 난동자들을 고발키로 했겠는가.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이미 물거품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한 이명박 지지율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추악한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뿐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즉 이명박 후보가 당선권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면, 누가 당선되는가?
상식적으로는 12번 이회창이 되는 게 맞다.
그런데 대통합민주신당이 자체 여론조사를 했는데 정동영 후보가 이회창 후보와 이명박 후보를 모두 누르고 당선된다는 결과를 얻고 상당히 고무돼 있다는 정보다.
정확한 지지율과 오차범위 등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2번 이명박 표는 ‘사표’가 되는 게 분명해 진다.
이에 따라 이회창 후보 측에서는 “2번을 찍으면 1번이 당선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표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주장이 일반 유권자는 물론, 한나라당 당원들 사이에서도 설득력 있게 먹혀들고 있다.
하지만 대의원이나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의 생각은 다르다. 어차피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기는 어렵게 됐지만, 내년 총선이나 차기 지방선거 등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비록 사표가 되더라도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많이 끌어 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게 문제다.
이들에게는 나라와 민족의 미래나 운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오직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사표가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2번’을 찍을 것이다. 이는 사실상 ‘1번’ 정동영을 지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번 대선의 당선자는 그가 누구든 35% 정도의 득표율을 얻는 자가 될 것이다.
정동영 후보는 호남권의 몰표와 전통적인 범여권 표의 결집으로 최소한 30% 대의 지지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한 때 40%대 까지 지지율이 치솟던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호남권에서 거품이 일시에 빠지면서 30%대로 내려앉았는데, 이번 BBK 동영상 공개로 20%대를 유지하기도 어렵게 됐을 것이다.
그러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어찌 되는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호남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동영 후보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데 반해, 영남지역 유권자들은 대부분 이회창 쪽으로 돌아설 것이다.
결국 20% 초반 대에 머물러 있던 이회창 후보도 정동영 후보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30% 대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다.
즉 정동영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30%대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둘 중 누가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그것은 필자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표가 많으면, 정동영 후보가 당선되고 그 사표가 적어지면 이회창 후보다. 사표를 방지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그는 이미 사표방지를 위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약하다. 보다 분명한 입장발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애국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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