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속편? VS 더 엄청난 怪物
제작 들어간 괴물2… 어떠모습으로 돌아올까
시민일보
| 2007-12-23 18:58:44
정치사회적 환경변화로 가족주의·反美 주제 공감 힘들 듯
넘어야할 약점 첩첩산중… 재탕보다 대담한 발상전환 필요
역대 한국영화 최고흥행작 ‘괴물’이 마침내 그 속편을 낳는다.
‘괴물’ 제작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한 언론의 인터뷰에서 “‘괴물’의 속편인 ‘괴물2’의 시나리오 초고가 곧 완성된다”며 “내년 여름 촬영을 시작해 후년인 2009년 개봉을 목표로 현재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괴물’ 속편의 제작은 외양상으로는 다분히 긍정적이다. 한국영화는 지난 1년간 꾸준히 대작 부족, ‘골 결정력’ 부족 콘텐츠 현상을 겪었다. 1300만명이 관람한 대작 블록버스터 속편은 현 시장 상황으로 보아 ‘당연히’ 필요하다. 근래 들어 속편이 전편 흥행을 능가하는 경우도 잦기에 ‘제2차 한국형 블록버스터 붐’을 일으키기에도 ‘괴물’ 속편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괴물’은 동시에 ‘속편 제작이 어색한’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상 아무리 흥행에 성공했더라도 속편 제작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단발 이벤트’성 영화 말이다. 비춰보면 ‘인디펜던스 데이’, ‘아마겟돈’ 등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모두 대대적 흥행을 기록했음에도 속편이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괴물’ 속편의 약점은 다양하다. 먼저 속편 제작에 있어 ‘무엇을’ 살려야 할 지 애매하다. 전편에 등장한 괴물 캐릭터는 영화 결말에 따라 다시 등장하기 힘들다. 일단 캐릭터 디자인을 재편해야 한다. 전편의 결말에서 송강호 일가는 또다시 ‘한강’을 귀착점으로 찾았기에 무대도 반복되어 버린다.
약점은 또 있다. ‘괴물’은 분명히 ‘반미 영화’였다.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 어색할 정도다. ‘괴물’의 반미는 2009년까지 유효한 정치적 상징은 아니다.
‘괴물’ 속편이 가야할 정치사회적 상징성은 이제 미묘해졌다.
아예 정치사회적 상징성을 져버리고 순수 괴수영화로 나아가면, 정말로 ‘무늬만 속편’이 된다. 애써 만들어낸 A급 괴수 프로덕션을 B급 하위장르물로 격하시키게 된다. 전편이 사용했던 논란 마케팅을 유도하기도 힘들어진다. 전반적 위상 격하와 관심도 저하로 이어진다.
나아가 ‘더 크고, 더 화려하고, 더 격렬하게’라는 블록버스터 속편 제작원칙을 맞추기에도 버겁다. ‘괴물’ 자체가 버블 프로덕션이었다. 더 커지면 위험해진다. 그럼에도 위험부담을 안고 제작비가 150억원으로 상향조정되었지만, 이 정도로는 눈에 띄는 규모 확대를 보여주긴 힘들다. ‘전편 정도’ 또는 ‘전편보다 시시하다’는 평가도 나올 수 있다. 어쩌면 이 정도의 거대규모 블록버스터는 한국 실정에선 속편을 기획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어찌됐건 ‘괴물’ 속편은 ‘진행중’이다. 여러 기대와 부담감을 함께 안고 들어가는 일대 도박 프로젝트다. 어떤 식이건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며, 좋은 결과가 ‘나와야만’ 한다. 이 모든 우려들을 단박에 지워낼 아이디어를 제작 측에서 충분히 고려해주길 기대한다.
속편이 불가능해 보였던 ‘영웅본색’ 속편은 아예 ‘만화’적으로 틀을 바꿔 또 다른 성공을 거둬냈다. 속편이 ‘재탕’이 될 가능성이 높았던 ‘대부’는 시대를 교차시켜 가며 멜랑콜리한 범죄 드라마를 일대 역사극으로 탈바꿈시켰다. ‘괴물’ 속편은 이 정도의 대담한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