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중간이름’?
해외개봉 국산영화… 기발한 영어제목들
시민일보
| 2007-12-25 19:13:42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미국개봉 영어 제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원제를 직역한 ‘시크릿 선샤인(Secret Sunshine)’로는 현지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소리나는대로 옮긴 ‘밀양(Milyang)’을 사용하는 방안이 우세하다.
한국영화의 미국진출은 꾸준히 시도됐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마니아층을 모았고,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장기 상영되며 만만찮은 흥행수입을 올렸다. 올해는 심형래 감독의 SF ‘디워’가 와이드 릴리스 되는 쾌거가 있었다.
당장 미국 개봉 계획이 없는 영화라도 해외 마켓 출품 등을 이유로 영어제목을 지어놓는다.
‘달콤 살벌한 연인’의 영어 타이틀은 재치있다. ‘마이 스케어리 걸(My Scary Girl)’이란 제명으로 할리우드가 리메이크한 ‘엽기적인 그녀’(My Sassy Girl)’를 이어갈 수 있다.
‘여자, 정혜(This Charming Girl)’도 반어적이고 클래식한 좋은 제목이다. ‘말죽거리 잔혹사(Once Upon a Time in High School: Spirit of Jeet Kune Do)’도 그럴싸한 제목을 영작했다.
‘질투는 나의 힘(Jealousy is My Middle Name)’은 탁월한 영어제목으로 손꼽힌다. 영화 ‘오스틴 파워’에서도 나오는 미들네임 에피소드를 잘 적용했다.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단어로 영화의 의미를 농축했다.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Bet on My Disco)’도 ‘내 디스코에 맡겨봐’라는 뜻의 멋진 영어제목을 보유했다.
‘미녀는 괴로워(200 Pounds Beauty)’는 난 데 없다. ‘말아톤(Marathon)’은 일부러 오기한 원제의 맛을 살리지 못했다. ‘친절한 금자씨(Sympathy for Lady Vengeance)’는 ‘복수는 나의 것’의 여성판으로 가다보니 어색해졌다. ‘복수는 나의 것(Sympathy for Mr. Vengeance)’도 엉뚱해졌다.
제목은 영화를 단숨에 설명해주는 만만찮은 홍보효과를 지니고 있다. 한국영화가 세계화 하려면 똑 떨어지는 영어 타이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제의 의미를 풀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로스트 인 트랜스레이션(Lost in Translation)’이란 영화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가 되고만 ‘번역의 실종’이 벌어지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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