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껍데기 총리’ 수락할까?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1-17 12:21:36

비대화 논란에 휩싸였던 국무총리실이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결국 대폭 축소됐다.

이는 책임총리제 등을 통해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껍데기 총리’를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구상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6일 국무총리비서실과 국무조정실을 통합해 국무총리실로 통합하고 12개의 기획단을 폐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총리실 직급은 현행 장관급 1명, 차관급 3명, 1급 8명에서 차관급과 1급이 각각 한 명씩 줄고, 인원도 기존 624명에서 300명으로 반 이상 감축됐다.

특히 정무, 민정, 공보수석제도도 폐지된다.

국무총리로 하여금 정치나 당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모두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리실의 권한이나 역할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무조정실이 사실상 폐지되면서 청와대가 직접 내각을 관장, 총리실의 부처 장악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인수위는 ""국무총리의 지위와 권한은 변함이 없다""면서 ""일상적인 정책조정은 주무부처나 기획재정부가 수행하게 되지만 규제개혁 등 각 부처에 맡기기 힘든 분야에 대하여는 국무총리실의 역할을 대폭 강화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바로 그 '껍데기 총리’자리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박 전 대표가 완곡하게 거절의사를 표현했고, 이명박 당선자 역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총리나 내각임명이 앞으로 정치적 고려나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그가 이명박 정부 초대 총리로 기용될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가능성이 닫혀버린 것은 아니다.

실제 총리 후보는 ‘인품, 실무능력, 정치력’ 과 도덕성 등 이외에 이 당선자가 신년회견에서 밝힌 대로 국제적 비즈니스 감각을 갖춘 ‘글로벌형 인사’, ‘자원외교형 총리’까지 따진다면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가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박근혜 전 대표는 여전히 유력후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이 당선자 측은 박 전대표 측을 끌어안는 모습을 모여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총리자리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총리는 권한이 막강한 ‘책임형 총리’가 아니라, 허울만 있는 ‘껍데기 총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이를 덥석 받아먹을 리 만무하다. 더구나 어느 정부건 초대총리의 운명은 그 뒤끝이 항상 좋지 않았었다.

대통령의 국정실패에 대해 소위 측근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함께 초대총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례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이를 잘 알고 있는 박 전대표가 ‘껍데기 총리’를 수락할 까닭이 없다.

문제는 박 전 대표의 혜안을 어지럽히는 측근들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박 전대표로 하여금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은근히 강요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도 그랬고, 본선에서도 박 전 대표를 수렁으로 밀어 넣고 말았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제발 ‘박근혜’라는 이름을 자신들의 잇속이나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자신이 속한 당이나 당원들, 혹은 추종자들만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전 국민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일하는 큰 정치인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필자는 그 사람이 바로 박근혜 전 대표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껍데기 총리’를 수락하고, 예견되는 국정실패에 대해서 책임만 지는 어리석은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