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대표의 ‘짜고 치는 고스톱’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2-03 12:21:53

""선거는 국민을 속이는 게임이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맞아 기자들과 산행중 간담회를 하면서 이 같은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선거를 위해 ‘짜고 치는 고스톱’에 국민이 놀아나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의 벌금형 전력자 공천신청 불허 방침을 문제 삼아 나흘째 당무를 거부해온 강재섭 대표가 지난 2일 경기도 분당 자택을 찾아온 안상수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과 이방호 사무총장으로부터 최고위 의결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오는 4일 당무에 복귀하기로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별로 변한 것도 없고, 바뀐 것도 없는데 강 대표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 이방호 사무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마저 철회하고 말았다.

심지어 강 대표는 이 사무총장에 대해 ""시정을 하겠다고 하니까, 원래 (이 사무총장을) 신뢰하니 앞으로 힘을 합쳐서 잘 하자""고 그를 격려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렇다면 마치 무슨 난리라도 난 것처럼 ‘방방’ 뜨던 강 대표의 모습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정말 이명박 측에서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요구를 일부라도 수용해 준 것일까?

강 대표의 생각처럼 양측의 공천 갈등이 봉합되기나 한 것일까?

아니다. 박 측의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초, 그러니까 지난 2일 친박계 의원 및 당협위원장 70여명은 대규모 회동을 통해 ▲선거법 위반자, 파렴치범, 윤리위원회 징계자 등 모두 공천신청 자격 박탈 ▲이방호 사무총장 사퇴 ▲이명박 당선인의 수습 등을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즉 박 측은 당헌.당규의 엄격한 적용을 요구했는데, 오히려 이 측은 이를 더 완화사키는 반대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물론 이방호 사무총장 사퇴는 없던 일로 했으며, 이명박 당선인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박 측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처사다.

실제 친박계 모 의원은 ""강 대표가 그렇게 쉽게 사퇴 요구를 철회할 것 같으면 왜 그렇게 강하게 사퇴를 요구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하극상과 비슷한 사태에 대해 당 대표가 이를 철회했다면 당 대표의 권위에 대해 당원들의 의문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오해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당헌.당규의 해석 범위와 관련해 중재안을 제시하고,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의 화해로 벼랑 끝까지 갔던 당내 공천 갈등은 일단 수습 국면에 들어선 모양인데, 박근혜 측이 계속해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계파싸움을 하자는 것으로 잘못됐다는 것이다.

결국 강재섭 대표와 이명박 측은 국민들을 속이는 데 성공한 셈이다.

강 대표와 이 당선자 측이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에 국민들이 놀아난 것이 되고 말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원칙과 정도를 강조하는 박근혜 전 대표는 당헌.당규의 엄격한 적용을 요구했지, 결코 그것을 완화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마치 박 전 대표측이 자신의 계파 의원들을 구제하기 위해 당헌.당규 적용 완화를 요구한 것처럼 보이게 했으니, 이 당선자 측이 국민을 속이는 게임에서 승리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승리가 과연 얼마나 갈까?

언제까지 국민을 속이는 행위가 가능하겠느냐는 말이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을 속이는 선거에서 몇 번은 승리를 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는가.

이명박 정부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물론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눈속임으로 국민의 눈을 일시 가릴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영원히 진실을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어쩌면 4일 친박계 국회의원과 당협위의장들이 연석회의를 다시 갖는데, 이날 중대한 결단이 내려 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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