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는 연기 절대 안할거예요”

박은혜 “영화 ‘밤과낮’으로 외모탈피해 연기에 몰두”

시민일보

| 2008-02-24 19:38:46

사람 냄새나는 배역 욕심… 정신병자 역할도 괜찮아



박은혜(30)는 다소곳하리라는 선입견과 달리 무척 연기 욕심이 많고, 적극적인 배우였다. 독서를 즐기는 그는 자신에 대한 객관적 시선도 분명했고 연기관도 뚜렷했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과 낮’으로 제58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참석하고 온 뒤 효의왕후로 출연 중인 MBC 사극 ‘이산’을 이어가고 있는 박은혜를 만났다. 30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하고 강행군중이라는 데도 다행히 생기가 넘쳐 보였다.


“‘밤과 낮’으로 연기갈증 풀었어요”
청순함의 대명사였던 홍콩 배우 왕조현을 닮은 외모로 주목받은 그는 그 이미지에 갇혀야 했던 갑갑함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밤과 낮’의 유정 역을 통해 그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됐음에 만족한 표정을 보였다.

이러한 연기력에 대한 갈구는 데뷔 초부터 있었다고 했다. 예쁜 얼굴이라 정형화된 이미지에 갇히게 됐고, 배역에도 한계가 있었다.

“제가 예쁜 배우쪽에 속하니까 튀어서 조연은 시킬 수 없는데, 주연을 하기에는 연기의 폭이 적다고 하시더라구요. 연기력을 키워야겠다 싶었고, 곧 그런 깨달음이 오더라구요. 청순한 이미지는 20대 중반이면 끝날테고, 더 어리고 예쁜 친구들이 계속 나올텐데 정말 ‘연기자’가 돼야겠다구요. 정말 작품성있는 영화에 출연할 필요가 다급했는데, ‘밤과 낮’이라는 기회가 왔어요.”

‘밤과 낮’이라는 기회를 잡았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 스태프에게 빌려입은 옷을 걸치고는 연기에만 열중했다. 그냥 자신을 버리고 ‘유정’이 됐다.

“영화 ‘어느날 갑자기 첫번째 이야기-2월29일’에 출연할 때 화장을 안하니까 ‘예쁘다 안예쁘다’ 논란이 없어지더라구요. 연기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알았죠. 내가 예쁘게 보이려한다고 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그걸 초월했을 때 관객도 그를 넘어선다는 것을요.”

“노출… 억지로 할 필요 못느껴요”
노출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홍 감독의 영화는 지금까지 수위 높은 노출과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아왔기에 벗는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박은혜의 신념은 확실했다. ‘내가 못하는 것까지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벗고, 안벗고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늠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이미 저는 나이도 들고 살도 찐걸요. 제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해서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연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악역이다, 아니다, 이런 틀을 벗어나는, 사람 냄새나는 역을 해보고 싶어요. 발랄하고 푼수 같은 역도 좋구요. ‘작은아씨들’에 함께 출연했던 김해숙 선생님이 ‘너를 완전히 깨버리고 너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역할을 해보면 새로운 시야가 열릴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를 위해서는 정말 정신병자나 미친 사람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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