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내정자들의 ‘명박스러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2-26 14:31:30

최근 인터넷 상에 ‘명박스럽다’는 용어가 또 다시 등장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명박스럽다’는 용어에 대해 ▲경제와 돈을 위해서라면 도덕이고 윤리고 다 내팽개친 파렴치한 속물을 이르는 말 ▲죄를 졌음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결백하다고 거짓말할 때 쓰는 말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대선 과정에서 한창 유행하다가 사라졌던 이 용어가 다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명박 정부의 장관 내정자들이 한 결 같이 땅 투기 의혹을 받는 등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도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포털 사이트에 머릿기사로 갑자기 '땅을 사랑한다'라는 문구가 뜨기 시작했다.

박은경 환경부장관 내정자가 땅 투기 의혹을 받자 변명이랍시고 내놓은 말 때문이었다.

박 장관은 절대 농지를 구입하면서 투기 목적이 아니라, 다만 자연을 좋아하고 그 일부인 땅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들였다는 것.

그러면서 '절대농지'에서는 소유자가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법규를 몰랐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그를 향해 ‘명박스럽다’고 꼬집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명박스러운’ 내정자가 이 한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유방암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고 너무 기뻐서 남편이 오피스텔을 사줬다’는 이춘호 전 여성부 장관 내정자의 변명이나 ‘교수부부 2명의 재산이 30억이면 양반아니냐’고 반문한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변명이 모두 명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다음 아고라에 이들 3명의 장관 내정자들의 ‘명박스러움’에 대해 “앞으로도 공천과 내각에서 더 다양한 개그변명을 보길 원한다”고 비꼬는 글이 조회수 12만 번에 육박하겠는가.

한 네티즌은 “나도 땅을 사랑한다. 땅을 사랑해서 그 땅에 살고 있는 온갖 생명을 가진 나무와 풀과 벌레와 동물을 사랑한다. 그래서 대운하가 건설 되면 사라질 수많은 이 땅의 흙과 나무와 꽃과 동물과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통합민주당 김주한 부대변인은 26일 절대 농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박은경 환경장관 내정자가 대규모 골프장과 스키장이 개발 중인 인근지역에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환경보전이 주업무인 환경장관 내정자는 개발지역 부동산 매입하는 반면 환경단체들은 자연훼손을 우려하고 있다”며 “땅을 사랑하는 방법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하고 한탄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 원희룡 의원도 이날 ""지금 민심이 아주 험악하다""며 극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원 의원은 서울 양천갑이 지역구다. 따라서 원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서울지역 한나라당 총선출마예정자들의 위기감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 원희룡 의원은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각종 의혹을 낳고 있는 최근의 각료 인사 파문과 관련, 이같이 지역구의 성난 민심을 전했다.

원 의원은 “'땅을 사랑한다'든지 '30억 모은 건 양반이다'라는 말은 평생을 모아도 1억도 못 모으는 서민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일”이라며 경질 불가피성을 강력 시사했다.

그런데도 같은 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능력만 있다면 도덕성 따위가 무슨 문제냐는 식의 발언을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박은경 내정자는 부동산을 취득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절대 농지를 취득하는 데는 아무런 불법 사실이 없었다""며 ""농지 거래를 활발하게 하기 위해 외지인들도 작은 평수의 농지를 취득할 수 있게 하고, 영농 계획서 제출토록 돼 있었다. 박 내정자는 영농계획서를 작성하고 적법에게 농지 취득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그는 또 ""남주홍 내정자는 어떤 경우에도 불법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원에 나섰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 도덕성만 강조하다보면 능력이 있는 인사를 구하기 힘든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당연한 듯이 말했다.

그래서 필자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명박스러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땅을 사랑해서 산 것이 무슨 죄냐’고 항변하는 사람이나, ‘부부 2명의 재산이 30억이면 양반’이라고 하는 사람이나, ‘능력이 있다면 그까짓 도덕성쯤이야’하는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를 이끌어 간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과연 어찌되는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이기 때문에 ‘명박스러운’ 사람들, 즉 “이명박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장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희망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