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도덕성’을 매수할 생각인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2-27 13:23:36
이명박 초대 내각 후보 중 가장 재산이 많은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가 27일 재산 헌납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그다지 보기 좋지 않다.
마치 ‘돈’으로 ‘권력’을 사겠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유인촌 후보는 이날 손봉숙 통합민주당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로 있을 시절에 자신의 200억 넘는 재산이 문제가 되자 사회환원을 약속했다""며 ""유 후보 역시 장관이라는 명예를 얻었으니 본인의 140억 자산, 실시가로 하면 2백억 가까이 되는데 이 재산을 연극계 복지를 위해 출연할 의사가 없나?""라고 재산 환원 의사를 묻자, 처음에는 ""그동안에도 끊임없이 음으로 양으로 많은 노력을 했다""며 자신이 그동안 많은 사회기부를 해왔음을 밝히며 즉답을 피하다가 결국 “있다”고 대답했다.
마치 자신의 장관 임명이 재산 문제로 걸림돌이 된다면, 재산헌납으로 면죄부를 받아서라도 반드시 장관이 되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처럼 보인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돈으로 도덕성을 사겠다는 천박한 발상”이라고 꼬집는가 하면, “최소한 부끄러움을 안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될 것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끌어 모은 재산을 내놓겠다고 한다니 가관이다”라는 비판도 있다.
심지어 “권력 있는 자리에 가서 내놓은 재산을 다시 보충하기 위해 무리수 두지 않는다는 보장 없다. 근본적인 도덕성이 그 모양인데, 빤하지 않는가?”라는 질책도 나왔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재산헌납 의사를 밝혔던 것을 빗대 “재산헌납, 그 아름다운 나눔의 정신이 언제부터인가 돈으로 면피할 수 있는 창구로 전락되고 있다”고 꼬집는 네티즌도 있다.
이명박 정부 초대내각 후보자들의 도덕성은 정말 말이 아닌 것 같다.
우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도덕성 측면에서 병역기피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령으로 병역면제를 받게 된 경위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는 것.
특히 유인촌 문화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민주당은 유인촌 내정자의 부인 강씨가 일본 국채를 사고 파는 과정에서 2억여원의 환차익을 냈으나, 비과세 조항에 따라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자료를 통해 ""강씨가 2005년 4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총 185억원의 일본 국채를 사고팔아 2억여원의 환차익을 남겼지만, 비과제 대상이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 의원은 또 유인촌 내정자의 장남(24살)과 차남(20살) 앞으로 각각 6100만원과 3000만원의 예금이 있는 것으로 돼 있다며, 두 아들 모두 뚜렷한 소득원이 없는 데도 ‘봉급소득’ ‘급여’ 등으로 표시돼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물론 유인촌 후보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다른 장관 내정자들도 다 문제가 있는데, 왜 유독 자기만 재산을 헌납해야 하느냐고 항변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실제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의 경우 1999년 매입한 경기 김포시의 절대농지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데 이어 제주시 임야를 되파는 과정에서 18억여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이 추가 제기됐다.
박 후보는 99년 3월 인천 계약구 서운동 일대 밭 3267㎡를 7억여원에 팔고, 같은 해 절대 농지 구입 의혹이 제기된 경기 김포시 양촌면 논을 사는 등 2002년까지 논과 밭, 아파트 등 모두 7건의 부동산을 사고팔았다는 것.
심지어 그의 배우자 정모 씨도 지난 1987년 지인 4명과 함께 구입한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일대 4만여 ㎡의 임야를 되파는 과정에서 수십 배의 시세차익을 얻은 의혹이 제기됐다.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는 5논문 5개를 학술지 12곳에 중복 게재한 의혹과 함께 2001년 청소년보호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공금 1280만원을 유용한 의혹을 비롯, 부동산 투기와 소득 축소신고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영희 노동부 장관 후보는 인사청문요청안에 기재된 경력 중 일부가 허위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밖에도 원세훈, 강만수, 유명환, 이윤호 장관 후보에 대한 문제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도덕성 문제를 안고 있지 않는 장관후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도 이들 모두가 유인촌 후보처럼 ‘재산헌납’ 의사를 밝히고,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어찌 되겠는가. 그것은 답이 아니다.
도덕성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온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회는 유인촌 장관 후보에게 ‘재산헌납’ 약속을 받는 대신 그의 ‘사퇴’를 종용하는 게 바람직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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