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막가파’식 공천 우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3-05 11:41:40
처음부터 국민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고는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는 4.9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정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막가파식 공천’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여야 각 정당의 공천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는커녕 그 절반에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을 보자.
한나라당내 공천갈등이 계파간 권력투쟁 양상으로 표면화되면서 ""이러면 정말 힘들어질 것 같다""는 ´총선위기설´이 당 안팎에 팽배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당 지도부조차 공천심사위원회의 기준이 계파별 안배에 치우친다는 지적을 하고 있을 정도다.
실제 당 지도부에서 ""공천에 감동을 주는 요소가 부족하다""거나 ""공천심사위원도 의결을 통해 교체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들이 잇따라 터져 나온 바 있다.
오죽하면 배일도 의원이 지난 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친박계 의원이 탈락하면 친이쪽 의원이 공천받고, 친이계 의원은 탈락시켜도 친이계 후보가 공천받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어느 쪽에 섰는가하는 부분들이 (공심위의) 하나의 판단기준이 되고 있다""고 한탄했겠는가.
사실 당 지도부의 이 같은 경고나 배일도 의원의 한탄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공심위에서 특정인의 의중을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는 위원이 무려 세 사람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웬만한 정치부 기자라면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임모, 김모, 강모 위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 세 사람은 특정인의 의중을 공심위에서 무조건 방영시키기 위해 ‘국민의 눈높이’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공천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인은 이것만이 아니다.
도덕성 문제를 가볍게 취급하는 것도 대단히 큰 문제다.
실제 서울 은평갑 공천내정자인 김모 전 강릉 MBC 보도국장 등 일부 도덕성 문제가 제기된 사람이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만일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이 ""계파 수장이 아닌 국민에게 감동주는 공천을 해야 한다""고 외치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까?
그럼 통합민주당은 어떤가?
처음에는 제대로 할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마디로 싹수가 노랗다.
전날 박재승 공심위장이 ""금고형 이상을 받은 자를 배제한다는 원칙""을 표명할 때만 해도 희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유인태 최고위원이 공심위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가 하면,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까지 나서 이날 오후 박 위원장을 만나 긴급 조율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박 위원장의 원칙을 꺾겠다는 뜻이다.
물론 박 위원장의 ‘원칙’은 다소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그가 밝힌 원칙에 따르면 박지원, 김홍업 씨 등만 공천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서울에서 경쟁력이 있는 신계륜, 김민석, 이상수 전 의원 등의 공천탈락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비리가 아닐 경우에는 선별적인 구제를 해야 한다는 손학규 전 대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과연 예외조항을 내세우고 설명하는 게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는가?
그 예외조항을 내세우다 보면, 이런 이유로 정말 공천을 받아서는 안 될 사람마저 공천을 받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공천처럼 ‘어정쩡한 개혁 공천’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지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공천을 시도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아무튼 여야의 이 같은 ‘막가파’식 공천으로 4.9 총선에서 국민들이 지지할 정당을 찾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만일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이 같은 국민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국민의 마음은 자유선진당이나 민주노동당과 같은 ‘제 3의 정당‘으로 옮겨 갈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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