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천, 박근혜 미래가 보인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3-07 13:57:27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의 미래가 암울하다.

우려했던 대로 공천과정에서 친박 의원들의 ‘대학살’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실제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를 도왔던 인사들에게 ‘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곳이 바로 경기도다.

실제 지난 6일 공천심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경기도 현역 의원 중 이규택 의원(이천·여주, 4선), 이재창(파주, 3선), 한선교(용인 수지, 초선), 고조흥(포천·연천, 초선), 고희선(화성을, 초선) 의원이 탈락했다. 이 가운데 이규택·한선교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성향이다.

따라서 좀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박 의원이 이날 ""이것은 정치보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건(보복)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며 격노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박 의원은 7일부터 시작하려고 했던 총선 지원유세 일정도 일단 접었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전날 서울 한 호텔에 모여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박근혜 측이 이렇게 반발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것은 단지 친박 의원 두 명만을 날렸을 뿐이다. 그래서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박근혜 측이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MB와 박근혜는 경기도 지역 원내외 위원장을 각각 20여명씩 나눠 가질 정도로 팽팽하게 힘의 균형을 유지했었다.

서울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던 박 전 대표가 경선 막판까지 이명박 대통령과 호각지세 싸움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경기도 지역에서 이처럼 힘의 균형이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힘은 완전히 MB쪽으로 몰리고 말았다.

6일 현재 경기지역에서는 MB측 원내외 위원장 22명이 공천을 받았다. 반면 친박 측에서는 김영선(일산을)·유정복(김포)·황진하(파주), 김성수(동두천·양주), 김태원(고양 덕양을), 유영하(군포)등 겨우 6명만 관문을 통과했을 뿐이다.

반면, 공천 레이스에서 탈락한 친박 인사는 무려 11명에 이르렀다.

물론 MB계는 고작 5명만 탈락했을 뿐이다. 그동안 친이 대 친박이 5대5로 팽팽하게 힘의 균형을 유지했으나, 공천 심사를 거치면서 21 대 6으로 균형이 완전히 허물어진 것이다.

아직 10곳의 공천자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런 추세라면 경기 지역의 친박 측 인사는 명맥만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경기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선 공심위가 영남권 대폭 물갈이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친박 의원들의 이름이 노골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6일 대표적인 '친이' 성향의 공심위원이 ""통합민주당도 저렇게 물갈이를 하고 있는데, 우리도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경기에서 5명, 영남에서는 30명은 쳐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다른 공심위원은 ""구체적으로 숫자를 댈 수는 없지만 영남권에서 최소 30%는 갈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확인해 줬다고 한다.

이는 사실상 친박 인사들에 대한 대학살의 예고인 셈이다.

영남권은 친박 성향의 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현역 의원 중 무려 22명이 친박이다.

따라서 영남권 물갈이는 친박 인사들을 겨냥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표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이다.

총선이 끝나면 한나라당에서 친박 인사가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겠는가?

고작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을 가지고,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쥘 수 있기는 한 것일까?

최근 전여옥 의원의 발언에서 나타났듯이 이재오 의원의 당권행보가 사실상 가동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의 측근들마저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승부는 불 보듯 빤한 것 아니겠는가.

친박 ‘대학살’을 예고하는 한나라당 공천갈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표가 7일 삼성동 자택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예고된 무차별 대학살을 과연 ‘칩거’라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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