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의혹은 일단 부인하고 보자?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3-09 12:58:09
청와대가 웃기는 짓을 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온 천하에 알려져 망신살이 뻗쳤다.
청와대가 미래의 일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면서 일단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보자는 식의 논평을 발표했는데, 그것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일부 장면을 넣어 우회적으로 비꼰 'YTN 돌발영상'이 공개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YTN 홈페이지와 각종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삭제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마디로 청와대가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짓을 벌였고, 그 일을 은폐하기 위해 더 웃기는 짓을 했다는 얘기다.
실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제목으로 지난 7일 문제의 동영상이 공개됐다.
동영상에는 앞서 지난 5일 사제단의 삼성 떡값 로비 대상자 명단을 발표하기 전후의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과 반박성명이 담겨 있다.
당시 사제단의 발표에 대해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조사결과 거론된 분들이 떡값을 받았다는 증거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대변인이 이런 발언을 한 시각이 사제단이 '떡값 로비 명단'을 공개하기 1시간 전이었다는 점.
물론 당시 이 대변인은 방송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사제단이 떡값 명단을 발표한 후에 해당 반박성명을 사용하는 것으로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한 후 기자들의 동의를 얻고 이같은 공식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사제단이 어떤 인사의 명단을 밝힐 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미리 단정짓는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이 대변인의 해명을 들은 기자들도 약간 술렁거렸다.
대변인의 의도와는 달리 청와대의 사후 조사가 부실하다거나 '누가 나오든 무조건 부인하는' 방침이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 충분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즉 사제단이 누구를 지목하든 관계없이 청와대는 일단 의혹을 부인부터 하고보자는 방침이 정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따라서 이날 사제단이 떡값 명단을 발표하기에 앞서 ""청와대가 한 시간 전에 미리 '근거가 없다'는 성명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가 발표할 명단을 밝히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맞혔는지 모르겠고,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 아니겠냐?""라고 꼬집은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의 댓글이 지워졌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여기에는 아무래도 이명박 정부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네티즌들의 판단이다.
실제 YTN 측은 청와대의 수정요구가 있었고,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해당영상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외압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그나마 지금은 포털에서 동영상을 뺀 기사는 다시 공개된 상태여서 다행이긴 하지만, 진실공개를 요구하는 네티즌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이미 일부 네티즌들은 은폐되고 있는 진실을 퍼뜨려야 한다며 미국 UCC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 해당 동영상을 올렸고, 영어자막까지 추진 중이라고 한다.
진실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제아무리 진실을 은폐하려고 해도 이미 한 사람 한사람이 언론인화 되어가는 네티즌들의 눈을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실제 미국 UCC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는 벌써 7만이 넘는 네티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유튜브가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정치망명지’도 아닌데, 꼭 거기까지 가서 동영상을 봐야만 하는 이런 현실은 여간 가슴 아픈 게 아니다.
이제는 네티즌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모든 악법에서부터 네티즌들을 자유롭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정치가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선거법으로 그들의 활동을 제약한다면, 누가 진실을 소리 높여 외쳐주겠는가?
특히 네티즌들의 입을 봉쇄한 선거법 덕택(?)에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이끄는 정부, 그 정부가 앞으로 제기되는 각종 의혹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명해 나갈지 우리는 이미 이번 동영상 사건을 통해 알게 되었다.
따라서 네티즌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선거법개정 서명운동도 하나의 방식이 될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