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親朴 선진당’이라야 하는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3-12 11:51:56
계파 간 ‘나눠먹기 공천’이니 ‘표적 공천’이니 하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나라당 공천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초반에는 그런대로 제법 원칙을 지키는 흉내라도 내는 척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아예 그런 염치조차 다 팽개쳐 버린 것처럼 보인다.
그저 특정인의 입맛에 따라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말이다.
실제 A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인물이 느닷없이 B지역구 공천내정자로 발표되는가하면, 지역 연고가 전혀 없는 인물이 그 지역에서 상당한 지지기반을 갖추고 있는 인물을 제치고 공천 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철새공천은 물론, 비도덕적인 인물을 공천하는 일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낙천자들의 반발이 잇따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 당사가 시위대로 몸살을 앓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뭐 대충 그러다 말겠거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과연 그런가?
천만에 말씀이다. 이들의 반발이 드디어 결집된 행동으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결집된 행동’이란 바로 ‘친박당’ 창당 움직임이다.
우선 서울 중랑갑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김철기 후보가 지난 11일 선도탈당을 결행하면서 ´참주인연합´의 당명을 바꿔 ‘미래 한국당(가칭)’으로 창당할 의사를 밝혔다.
신당을 창당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 기존의 정당을 활용하자는 취지인 것 같다.
또 같은 날 경기 이천.여주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친박 핵심 이규택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영남권 공천 결과 발표가 예정된 12일까지 기다려보고 안되면 공천에서 탈락한 위원장과 의원들이 함께 모여서 활로를 찾을 것”이라며 “무소속으로 나가든 아니면 다른 당과 합치든지, 새로운 당을 만들 것인지 세 가지를 놓고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친박세력’의 움직임은 집단행동으로 나타날 것이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들의 움직임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김철기 위원장이나 이규택 의원이 ‘친박’의 구심점이 되기에는 너무나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청원 전 대표나 홍사덕 전 의원 등 제법 파괴력 있는 박근혜의 최측근이 직접 나설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즉 서청원-홍사덕을 공동대표로 하는 ‘친박당’이 탄생하면, 그 파괴력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권에서 ‘태풍의 눈’이 될 것이란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약하다. ‘친박당’이 정말 보수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국정당이 되려면 ‘자유선진당’과 통합을 하거나 ‘연대’하는 수밖에 없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선진당과 대구.경북권을 기반으로 하는 친박당의 결합은 수도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단숨에 전국 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즉 ‘친박 선진당’을 만들라는 말이다.
만일 선진당 측에서 친박 세력을 개별적으로 영입하려 든다면, 그것은 별 의미가 없다. 효과가 반감되는 정도가 아니라,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친박 선진당’의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두말할 나위 없이 당장 한나라당, 통합민주당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도의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이 정도는 반드시 박근혜 전 대표의 동참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만일 박 전대표의 참여가 이뤄진다면, ‘친박 선진당’은 ‘제1야당’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수정, ‘원내 1당’이라는 원대한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국민을 위한 선택’ 이어여 한다. 이회창 총재나 박근혜 전 대표의 사심(私心)이 아니라,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피는 공의(公義)가 우선 적용돼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튼 필자도 궁금하다. 한나라당 영남권 공천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그 결과에 대해 친박 인사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형태로 ‘친박당’을 만들고, ‘선진당’과는 어떤 형태로 결합을 추진하게 될지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다만 ‘친박당’과 ‘선진당’이 사소한 이익에 얽매여 ‘따로국밥’이 되고, 그로 인해 보수표심이 양분되는 어리석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거듭 말하지만 반드시 ‘친박 선진당’이라야만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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