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당, 차기대권주자는 누구?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3-17 12:03:46
박근혜 전 대표가 천막당사로 일으켜 세운 한나라당은 이제 더 이상 ‘박근혜’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됐다.
공천을 거치면서 'MB(이명박)당'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때문이다.
실제 16일 전국 245개 선거구에 대한 4·9총선 공천 심사를 마무리한 결과 내정 또는 확정된 후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계가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후보 245명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 이 대통령 측으로 분류되는 '친이(친이명박)' 인사는 186명으로 4명 중 3명꼴이다.
게다가 비례대표 공천까지 마치고나면 친이 측은 200명을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5명 중 4명 이상이 친이 측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MB당'의 차기 대권주자가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러면 누가 'MB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한가?
일단 이재오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이번 공천에서 이방호 사무총장을 앞세워 자신의 측근을 곳곳에 심어두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 경쟁자인 김덕룡 의원과 박성범 의원 같은 사람을 ‘낙천’이라는 방법으로 단칼에 날려 버렸다.
하지만 정작 그도 차기 대권주자가 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자신의 지역구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4.9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를 보니 성적표가 영 시원치 않다.
소수정당인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대표에게 모두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여론조사는 물론, 조선일보와 SBS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이재오 의원이 문국현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통합민주당 후보가 나오건 안 나오건 상관없이 패한다는 것이다.
총선에서 패한 자가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면 정몽준 의원은 어떤가?
함정에 빠졌다. 아니 누군가가 그를 고의적으로 사지로 내몰았다.
물론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는 정몽준 의원이 정동영 전 장관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동작을은 정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이다.
동작을은 2004년 17대와 2000년 16대 총선 때 각각 이계안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유용태 민주당 전 의원이 김왕석 한나라당 후보를 13.5%포인트와 10.6%포인트 차이로 누른 바 있다.
따라서 총선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 같은 유권자들의 성향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강부자-고소영’ 내각 인사파문에 이어, 원칙 없는 공천으로 당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는 마당이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당원들과 유권자들이 정 의원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점도 그의 앞길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그가 여의도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어쩌면 그도 이재오 의원과 동반 낙마할 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경우, 그 역시 차기 대권주자의 꿈을 접어야만 한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MB당’의 차기 대권주자가 된다는 말인가.
필자는 1년 전 박진 의원과 원희룡 의원을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 지목한 바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박진 의원은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맞붙어 10%P 이상 앞서고 있다고 한다. 원희룡 의원은 선진당의 강삼재 최고위원과 상당한 격차로 앞섰다고 한다.
이들이 4.9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당장 차기대권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영 희망이 없는 것인가?
아니다. 그렇지는 않다.
이명박 정부의 계속되는 국정운영 실패로 인해 ‘MB당’은 이어지는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잇따른 패배를 하게 될 것이고, 그 때 양다리를 잘 걸치는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박근혜 대표를 찾게 될 것이다.
즉 ‘MB당’은 차기 대권을 위해 박근혜 전 대표와 신진 주자인 박진, 원희룡 의원 등 3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결국 ‘MB당’은 ‘죽 쒀서 개주는 꼴’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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