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승’ 서청원과 ‘정치신사’ 홍사덕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3-23 10:02:05

""30년 정치를 해온 거물 정치인의 재산을 조사했더니 참 기도 안차더라. 재산이라고는 달랑 수십년 살아온 상도동 아파트 한 채 그것도 대출로 저당 잡힌 그것뿐이더라...""

이는 17대 대선 직후 ‘차떼기’ 오명을 뒤집어쓰고 구속된 당시 서청원 대표를 수사했던 모 검사의 말이다.

16대 대선당시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을 맡아 노무현 정부의 미움을 사게 된 서 전 대표는 결국 옥고까지 치러야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향해 손가락질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당시 그를 수사했던 안대희 중수부장도 ""서청원 의원은 참 괜찮은 정치인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본의 아니게 어려움을 겪은 사람도 있다""는 말을 했을 정도다.

이는 ‘서청원 전 대표가 자신의 죄도 아닌데,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옥고를 치르고 있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기는 말이다.

사실 필자는 서 전 대표와 제법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무려 20년 가까운 인연이니,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그의 검소한 생활모습을 잘 알고 있는 필자는 그를 향해 기꺼이 “황희정승”이라고 부른다.
“재산이라고는 달랑 수십년 살아온 상도동 아파트 한 채”라는 어느 검사의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 그가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과 정치실험에 뛰어들었다.

물론 홍사덕 부의장 역시 필자가 잘 알고 있는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정치계에서 ‘신사’로 통한다. 온갖 권모술수(權謀術數)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판에서 신사도를 지키는 일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적을 넘어뜨리기 위해 비열하게 암수(暗數)를 쓰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를 향해 ‘정치신사’라고 부른다.

서 전 대표와 홍 전 부의장의 정치실험이란 바로 ‘친박연대’라 불리는 군소정당에 투신하고, 그 당의 이름으로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친박연대’는 당명에서 나타나듯이 ‘박근혜’라는 이름을 마케팅으로 하고 있는 정당이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다가 공천에서 탈락한 수도권 지역 인사들이 5년 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선언하며 급조한 이른바 ‘4.9 총선용’ 정당이다.

사실 수도권 지역은 영남과 달리 ‘박근혜 마케팅’이 크게 효력을 발휘하는 지역은 아니다. 따라서 ‘친박연대’가 목표 의석수를 20여석으로 정했으나,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영남권의 ‘무소속 연대’가 합류하지 않는 한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설사 ‘친박연대’와 ‘무소속연대’가 극적인 통합을 이루더라도 수도권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고작 2~5석 정도만 건져도 큰 수확이다.

그렇다면, ‘황희정승’과 ‘정치신사’의 정치실험은 끝내 ‘무모한 도전’으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인가.

불행하게도 그렇다. 이대로 끝까지 간다면, 그 결과는 매우 참담할 것이다.

문제는 ‘친박연대’의 실패가 단지 4.9 총선 출마자들의 낙선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의 5년 후 대권가도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비록 그들이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친박연대’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박근혜’라는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뻔히 실패가 예견되는 정치실험을 강행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행위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정치실험을 중지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방법은 있는가?

있다. 우선 김무성 의원 등 무소속 연대파는 더 이상 개인의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고 당장 친박연대에 합류하면 된다. 그리고 나서 자유선진당의 문을 두드려라.

사실 ‘친박연대’는 자유선진당이나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그 뿌리는 결국 ‘보수’다.
그 중에서도 친박연대와 선진당은 한나라당의 독선을 견제해야 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양당이 당대당 통합을 하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 아닌가.

필자가 주장하던 ‘친박+선진당’을 만들라는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영남권과 충청권에서 형성된 ‘박풍(朴風)+창풍(昌風)’이 수도권에 상륙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고, 그 영향이 전국에 파장을 일으킬 것 아니겠는가.

이는 친박연대가 주장하는 ‘차기 박근혜 대권주자 보장’이라는 문제를 선진당 측에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다. 선진당의 간판인 이회창 총재가 차기 대권주자로 나서기에는 나이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선진당 측에서 양보하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황희정승’ 서청원과 ‘정치신사’ 홍사덕의 정치실험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이제 시간이 없다. 26일이면 정당 번호가 결정된다. 그 이전에 결단이 내려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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