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상득’ vs ‘정몽준-이재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3-25 11:55:44

한나라당 내 차기 당권을 둘러싼 암투는 마치 조선시대의 궁중암투를 보는 것처럼 온갖 음모가 난무했다.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일등공신' 이재오 의원 간에 벌어진 대충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통령의 친형'과 `대통령을 만든 2인자'라는 평가를 받는 두 실세의 충돌은 향후 여권의 권력지형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일단 첫 번째 양 측의 격돌에서는 이상득 부의장이 승리했다.

그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재오 직계 의원에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까지 가세해 무려 55명의 공천자들이 ‘공천반납’ 배수진을 치면서까지 그의 사퇴를 요구했으나, 그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실제 이 부의장은 “후보등록이 시작되면 한 달음에 달려가 등록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그 55명이 국민들 앞에서 약속한 대로 공천을 반납하게 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물론 그들이 약속대로 공천을 반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 용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애초 ‘박근혜계 대학살’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잘못된 공천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향후 어떤 모습을 취할지는 안 봐도 빤하다. 새로운 실세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살길을 찾기에 급급할 것이다. 즉 이상득 부의장 앞에 달려가 머리를 조아릴 것이란 뜻이다.

한마디로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이재오 의원은 당내 실세가 아니다. 더구나 4.9 총선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라는 버거운 상대를 만난 이 의원은 20% 이상의 지지율 격차를 따라잡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차기 당대표를 꿈꾸던 그가 이제는 원내 진입조차 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고 만 것이다. 이에 따라 권력의 힘은 이상득 부의장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고 있다.

그러나 이상득 부의장이 7월 전당대회에서 직접 당권도전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분명히 확실한 ‘대안’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게 누구일까?

정몽준 의원일까?

아니다. 정 의원은 앞서 필자가 지적한 대로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그가 서울 동작을구에서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와 맞서 싸우기로 결정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었다.

엄청나게 높은 한나라당 지지율만 믿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동작을구에 뛰어든 정몽준 의원은 지금 정동영 후보를 만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탓에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한나라당 당원들마저 그에게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잘못된 공천”이라며, 한나라당 지도부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자, 이 같은 이탈 행렬이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24일 KBS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에 의뢰해 수도권 관심 선거구를 여론조사한 결과 정몽준 후보는 40.9%, 정동영 후보는 35.0%로 양자간 차이는 5.9%포인트로 오차범위내로 크게 좁혀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때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두 사람간 격차가 이처럼 급감한 것은 수도권의 반한나라당 정서가 급속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마저 한나라당의 잘못된 공천을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측의 싸움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만일 정 의원이 원내 진입에 실패할 경우, 그는 차기 대권은 고사하고 당권마저 꿈꾸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이상득 부의장은 누구와 손을 잡게 될까?

바로 박근혜 전 대표다.

4.9 총선에서 실패한 한나라당을 살려낼 유일한 인물이 바로 박 전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는 박 전 대표와 손을 잡고, 친박연대 측 인사들과 무소속연대 측 인사들을 당에 복귀시키는 한편, 자유선진당으로 옮겨간 인사들까지 대거 입당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그래야만 이명박 정부가 국정을 보다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에 맞서 이재오는 어떤 카드를 사용할까?

불행하게도 현재 상황으로서는 쓸만한 카드가 별로 없다. 다만 정몽준 의원이 정동영 후보를 이기고 무사히 원내에 진입해 주기만 바랄 뿐이다. 그래야 그와 손잡고 7월 전대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박근혜-이상득’ 연합군에 맞서 ‘정몽준-이재오’ 연합군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과연 이 싸움에서 누가 최후 승자가 될까?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