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MB당’이 ‘근혜당’ 된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4-10 10:45:32

4.9 총선 결과 이재오.이방호.박형준.정종복 의원 등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강재섭 당대표는 아예 출마조차 하지 못했는가 하면, 7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도전 의지마저 접고 말았다.

그나마 승리한 전여옥 의원도 민주당 후보와 접전 끝에 겨우 1% 정도의 차이로 신승했을 뿐이다. 만일 친박연대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더라면, 그의 낙선은 불 보듯 빤한 상황이었다.

반면 한나라당 내 친박세력인 이혜훈.유승민 의원 등은 물론 홍사덕.서청원.김무성.한선교 의원 등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친박연대 혹은 무소속으로 출마한 측근들은 대거 당선됐다.

민심은 대권을 거머쥔 이 대통령이 아니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따라서 오는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그동안 공천권을 휘둘러온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은 숨죽이며 친박계 의원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4·9 총선 승패의 잣대로 299석의 과반인 150석을 잡았다. 실제 강재섭 대표는 유세 때마다 ""과반수에서 한두 석 더 많은 151석 내지 152석을 만들어 달라""고 '과반 지지'를 당부하고 다녔다.

의석이 과반에 못 미칠 경우 '여소야대' 정국이 돼 각종 법안 통과나 사업 추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강재섭 대표가 바라던 목표는 달성됐다. 그러나 국회 모든 상임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과반을 차지하려면 168석 이상은 돼야 하는데, 그 목표에는 미달되고 말았다.

더구나 강 대표 자신은 여론에 떠밀려 불출마를 선언, 원내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 때 개헌선인 200석 이상을 장담하던 한나라당의 성적치고는 너무나 저조한 성적이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세 이명박 친정체제를 구축하려던 친이 세력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실제 친이 진영에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168석 이상을 확보할 경우, 당내 권력지형도에서 친박계를 제외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는 소리가 들렸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친이 핵심 측근 가운데 생존자는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 의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행동반경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정 의원은 이제 겨우 재선 의원으로서 당내 의원들의 리더 위치에 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즉 강재섭.이재오.이방호.박형준 의원 등 중진급 인사들이 모두 낙마한 상황에서 친이 진영은 구심점을 찾기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따라서 ‘MB당’이 ‘박근혜’당으로 전환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물론 초기에는 과반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박 전 대표를 홀대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특히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내 반박세력의 결집을 모색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럴 경우 이명박 대통령은 안정적인 국정을 운영해 나갈 수가 없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 중심의 친정체제 구축을 포기하고, 민주당 등 야당과의 대립각을 위해서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의 협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친박계 무소속 당선자들과 친박연대 당선자들에 대한 복당 불허 방침을 철회하는 게 먼저다.

결국 홍사덕.서청원.김무성 의원 등 박근혜 핵심 좌장 격 인사들의 복당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말이다. 특히 이들은 모두 정치적 입지, 경력 면 등에서 친이 세력을 압도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들의 복당 과정에서 공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다. 즉 4.9총선 공천 주도세력으로 거론되는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의원, 이방호 사무총장 등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 모두가 ‘친박세력 복당불가’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인책론’에 시달릴 것이란 뜻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이재오.이방호.박형준 의원 등 낙선자들이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친이 세력결집을 시도하려 들겠지만, 국민의 심판을 받아 낙마한 자들과 결탁한 정 의원에게 힘이 쏠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오히려 이번에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맞서 승리한 박진 의원이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가 더 큰 관심사다.

필자는 그동안 중립을 유지해온 박 의원이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친이 진영에 서기 보다는 친박 진영에 힘을 모아 줄 것으로 믿는다.

결국 공천과정에서 ‘MB당’으로 변질된 한나라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다시 ‘근혜당’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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