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의 저주’ 끝나지 않았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4-13 10:58:36
4.9총선이 끝난 지금 여의도 정가엔 '박근혜의 저주'라는 신조어가 화젯거리다.
‘박(朴)의 저주’란 이번 총선에서 박풍(朴風)에 의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박근혜 마케팅’을 활용한 친박 의원들이 대거 당선된 현상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실제 총선 개표결과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MB측근'들이 대거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박형준 의원 등은 대선 승리의 기쁨을 맛본 지 채 4개월도 되지 않아 '정치적 벼랑'에서 날개가 꺾이고 끝내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강재섭 대표는 아예 홍사덕 친박연대 선대위원장의 기세에 눌려 불출마를 선언해야만 했다.
반면 김무성, 유기준, 이경재, 이해봉, 박종근 등 공천에서 탈락, 무소속 출마했던 친박의원들과 서청원, 홍사덕 전 의원 등 '친박연대'는 개선장군이 되어서 돌아왔다. 특히 비례대표 투표에서 친박연대는 13%라는 놀라운 득표력을 과시했다.
그래서 'MB측근'들이면서도 이번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제 이것으로 ‘박의 저주’는 완전히 끝난 것인가?
아니다.
‘MB’의 당선을 위해 박근혜 전 대표를 아프게 했던 사람 가운데, 아직 3명이 살아남아 있다.
그 첫째가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등에 비수를 꽂고, ‘MB’의 품에 안긴 전여옥 의원이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초접전 끝에 불과 1000표도 되지 않는 표차로 겨우 당선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10일 평화방송에 출연해 ""전여옥 의원은 허위학력 기재 시도가 있었고 일본 특사를 수행한데 불과했으면서 마치 일본 특사인 것처럼 꾸며 인쇄물을 돌렸다""며 “절반의 당선”이라고 꼬집었다.
정 회장은 또 ""전여옥 의원은 서강대 대학원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화여대 대학원을 나온 것처럼 허위 기재한 것을 입수했다""며 ""허위 학력은 당선 무효형과 일부에선 실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당선되기는 했지만, 이 같은 의혹이 밝혀질 경우 그는 금배지를 떼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면 경선과정에서 ‘MB’의 입을 대신해 박근혜 전 대표를 혹독하게 몰아붙였던 진수희 의원은 어떤가?
이미 통합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전자발찌법 표결에 최 의원이 반대했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당선자인 진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선관위에 고소한 상태다.
이런 정황을 볼 때, 그 역시 금배지를 떼어 놓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경선과정에서 ‘MB’의 손을 들어주며 입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치명상을 입혔던 정몽준 의원은 어떤가?
그는 아주 노골적인 허위사실 유포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정몽준 의원은 유세과정에서 ""오세훈 시장이 사당동·동작동 뉴타운을 짓는 것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즉 자신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짜고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것.
물론 서울시 측은 ‘펄쩍’ 뛴다. 그런 약속은 결코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서울시 측의 주장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오 시장은 줄곧 “더 이상의 뉴타운은 없다”는 점을 강조해 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 의원의 발언은 거짓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미 그의 발언은 각 언론을 통해 보도됐기 때문에 이제 와서 “그런 발언 한적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 수도 없게 됐다.
즉 그는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유포’는 중죄로 당연히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중형을 선고하는 게 사법부의 일반적인 판례다.
이미 정 의원은 민주당 정동영 후보와 민노당 김지희 후보로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선관위와 검찰에 고발당했기 때문에 이제 사법부의 처분만 기다리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그래서 ‘박의 저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아니, 어쩌면 ‘박의 저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우리나라 유일한 대중 정치인을 ‘꼼수’로 탄압하는 세력을 향한 ‘국민의 저주’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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