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의 ‘침묵’ 책임이 크다
시민일보
| 2008-04-15 12:45:26
4.9 총선에서 각 당 후보들이 내세운 뉴타운 공약은 대부분 이루어질 수 없는 ‘헛공약’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그러나 그 ‘헛공약’이 당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주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들겠다.
이번에 서울 금천구에 출마, 통합민주당 이목희 후보와 피 말리는 접전 끝에 불과 300여표 차이로 신승한 한나라당 안형환 후보의 경우를 보자.
금천구 관내에 ‘시흥뉴타운발전을위한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
여기에 남겨 있는 글들을 보면,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시흥뉴타운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안 후보를 지지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낙선한 이목희 의원에게는 미안한 말이나 우리의 뉴타운을 위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었다”는 글이 있는가 하면, “시흥3동 주민 아니었으면 이목희씨가 당선되었을 것이다. 저희 집 부모님을 비롯하여 다 이목희 씨 찍으려고 하는 것을 안형환 후보를 찍게 했다”는 글도 있었다.
또 “시흥3동 표심이 안형환씨에게 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선거 막판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흥3동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한 게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뉴타운에 대한 기대감으로 안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이다”는 글도 있었다.
심지어 “뉴타운당 당선 감축드린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즉 뉴타운 공약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마치 “후보들의 헛공약을 믿은 유권자들이 바보”라는 식이다.
그저 총선 과정에 흔히 있을 수 있는 헛공약을 왜 믿느냐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특히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서도 발견된다. 그래서 실망이다.
실제 오 시장은 지난 14일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뉴타운 추가 지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고 있다""며 ""선거기간 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것은 선거 때 흔히 나올 수 있는 정도의 얘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즉 선거 때 흔히 나올 수 있는 그런 공약을 바보처럼 믿고 있었느냐는 뜻이다.
이는 참으로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오 시장의 이런 입장 발표는 더 빨랐어야 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특히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정몽준 당선자가 지난달 27일 총선 출정식에서 ""사당동, 동작동에 뉴타운을 건설하겠다. 지난주 오 시장을 만나서 확실하게 설명했고, 오 시장도 확실하게 그렇게 동의를 해주었다""고 주장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뒤늦게, 그것도 선거가 다 끝난 다음에야 “뉴타운 불가”를 밝힌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만일 당시에 오 시장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 주었다면, 지금처럼 ‘뉴타운 후폭풍’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실제 뉴타운 후폭풍으로 인해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 가운데 안형환 정몽준 현경병 신지호 씨 등 최소한 4명이상이 통합민주당 등 야당으로부터 이미 고발당했거나 앞으로 고발당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더구나 민주당은 15일 “오 시장이 총선과정에서 뉴타운 문제가 불거졌을 때 경제사정이 허락하는 한 10개 이하 추가지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방송 자료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마당이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오 시장은 차기 대권주자는커녕 서울시장 자리에 않을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다.
이 점에 대해 오 시장은 서울시민들 앞에 백배사죄하는 게 옳다.
다시 말하지만 한나라당 후보들이 오 시장에게 뉴타운 지정 약속을 받았다고 얘기하고 다니는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빤히 알면서 침묵을 지킨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즉 선거가 끝나고 4일 만에 부인할 일을 선거전에는 부인하지 못하고, 방종한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민주당이 뉴타운 공약에 대해 ""커미션만 먹고 사라지는 떴다방 같다"", ""결혼하자면서 하룻밤 새우고 사라졌다. 유권자들은 미혼모가 된 것 같다""는 표현 등으로 맹비난했겠는가.
하지만 민주당 후보들도 뉴타운 헛공약을 내세우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지 그 수가 많지 않았을 뿐, 추미애 당선자와 최규식 당선자가 각각 자양뉴타운과 미아뉴타운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았는가. 따라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오십보백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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