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한나라당 총재가 아니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4-16 17:29:35
한나라당 당헌.당규상 당권과 대권은 엄연히 분리돼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당무에 관여할 수 없다.
그런데 강재섭 대표의 모습은 이명박 대통령을 상전으로 모시고 있는 것처럼 여겨 질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MB 자신도 마치 한나라당 총재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시시콜콜한 당무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챙기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주자 문제에 MB는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어쩌면 MB는 범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아니라, 자신의 측근들이 당을 장악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 그런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선 MB는 ‘친박 복당’ 문제에 대해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강재섭 대표에게 공을 떠넘기고 말았다.
강 대표는 이미 수차에 걸쳐 ‘복당 절대 불허’라는 강경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따라서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MB의 발언은 “친박 복당 절대 불허”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그러면 MB는 왜 이처럼 ‘친박 복당’을 완강하게 반대하는 것일까?
그것은 와해된 친이(親李,친 이명박) 세력의 결집을 모색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MB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친이세력을 다시 세우기는 어렵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실제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이방호 사무총장 등 계파 리더급 중진들과 박형준 정종복 의원 등 친이 핵심인사들이 무더기로 낙마함에 따라 '친이그룹'은 지금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4일 저녁 이른바 ‘MB 전위부대’라고 불리는 '안국포럼' 핵심 멤버 8명이 모여 친이 세력화에 시동을 걸어 보려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고 한다.
또 다른 친이 진영에서도 “새로운 구심점(求心點)을 찾아야 한다”며 긴박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허공에 메아리칠 뿐이다. 마땅히 당권주자로 내세울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역할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지만, 대통령 친형이란 신분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
하지만 친이 핵심을 제외한 당선자 대부분은 청와대의 ‘정몽준 대안론’에 대해 아주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차라리 박근혜를 대표로 추대하는 게 백번 낫다는 것.
심지어 4.9 총선 당선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친박복당’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마디로 MB와 강 대표의 ‘친박복당 반대’ 방침이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친박근혜’ 세력의 복당에 대해 당사자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찬성’의견이 ‘반대’의견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당시켜야 한다’는 답변은 42명(35.6%), ‘복당 안 된다’가 36명(30.5%), ‘기타’는 40명(33.9%)으로 조사됐다는 것.
특히 한나라당의 텃밭인 TK 당선자 27명 중에는 이병석 당선인만 ‘친박 복당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무려 18명이 ‘조기복당 찬성’의사를 밝혔다.
즉 대세는 ‘친박 복당’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남경필 의원을 비롯해 친이 진영 인사들은 여전히 MB 눈치를 보면서 ‘복당반대’를 외치고 있다. 대세가 이미 박근혜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실 따위는 그들의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그저 대표위의 상왕처럼 여겨지는 MB의 비위나 맞추고 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왜 이토록 MB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가 한나라당의 총재라도 되는 것인가?
아니다.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MB도 한 사람의 당원일 뿐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그의 눈치를 볼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리고 MB는 이제 대권을 거머쥔 것으로 만족하고, 더 이상 당권경쟁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듭 말하지만 민심은 이미 박근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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