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과반의석 무너진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4-17 13:10:45
이른바 ‘친박(親朴,친 박근혜) 복당’ 논란과 관련, 한나라당 내에는 찬성 의견이 더 많다.
하지만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물론, 친이(親李, 친 이명박) 핵심세력은 여전히 ‘결사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299석 가운데 한나라당이 153석을 차지, 과반을 넘겼기 때문에 굳이 당 밖에서 의석을 끌어 올 필요가 없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과연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 있을까?
당장 친이 측 당선인 가운데 5명이 선거법위반혐의로 단단히 걸려든 상태다.
우선 정몽준, 현경병, 안형환 당선인은 뉴타운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통합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했으며,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이들은 선거운동 중 ‘오세훈 시장에게 뉴타운 지정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오 시장은 지난 14일 “처음부터 뉴타운 추가지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따라서 명백한 허위사실유포에 해당된다는 것.
검찰 관계자도 “단순히 ‘뉴타운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하면 문제가 안 되지만, ‘뉴타운 지정을 받았다’거나 ‘오세훈 시장과 얘기해 뉴타운 허락을 받았다’는 식으로 발언한 경우에는 허위사실유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정몽준 당선인은 지난 27일 총선 출정식에서 ""사당동과 동작동에 뉴타운을 건설하겠다""며 ""지난 주 오세훈 시장을 만나서 확실하게 설명을 했고 오 시장도 확실하게 그렇게 동의를 해주었다""고 말했다.
현경병 당선자는 ‘월계 1동과 4동이 뉴타운 4차 지역으로 확정됐다’는 ARS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다면, 두 사람 모두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다만 안형환 후보는 7일 유세에서 ""며칠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조용히 왔다가 갔다. 오세훈 시장과 총선이 끝나면 뉴타운 문제를 본격 협의하기로 했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실제로 오 시장이 왔다갔다면 ‘관권선거’ 논란은 일겠지만, 선거법위반에 해당하지는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전여옥 당선인은 ‘허위학력 기재’, ‘허위경력 공포’ 혐의 등을 받고 있으며, 진수희 당선인은 허위사실 유포로 위기에 빠졌다.
진 의원은 지난 6일 성수동 유세 중 “(전자팔찌법안) 표결 과정에서 이 지역의 국회의원인 최재천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들 5명이 모두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중형을 선고받거나, 아니면 최소 4명만 그렇게 되더라도 한나라당 과반의석은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 이외에 다른 당선인들도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중형을 선고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과반의석은 불안한 과반임에 틀림이 없다.
실제 대검 공안부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선거 출마자는 모두 100명이며 이 가운데 당선자는 46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들간 고소·고발도 40여건에 달해 수사 결과에 따라 대규모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검찰이 적용할 선거사범 구형기준에 따르면 등급은 1~30등급까지 있으며 7등급부터 30등급까지는 당선무효 형량인 벌금 100만원 이상을 구형받는다. 12등급 이상은 징역형 구형까지 가능하다.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공표는 1등급, 낙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공표는 6등급이 추가된다. 따라서 법원의 판결에 따라 대규모 의원직 상실 사태가 예상된다.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 겨우 153석을 가지고 ‘과반의석’을 운운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태도다.
과반이 무너지면 이명박 정부는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친박 복당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게 맞다. 더구나 ‘박근혜 계 대학살’로 일컬어지는 잘못된 공천의 책임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재오.이방호 두 의원이 유권자의 심판을 받고 낙마한 마당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강재섭 대표의 ‘복당 불허’ 방침은 ‘잘못된 공천’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지도부 수장으로서의 온당한 태도가 아니거니와, ‘과반 의석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상태에서 전략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똥고집만 부리다가는 당내에 있는 친박 의원들마저 언제 한나라당에 등을 돌릴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때 가서 땅을 치고 통곡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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