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당권-대권 꿈 모두 버려라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4-24 16:24:31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정몽준 최고위원이 그만 ‘오세훈’ 벽에 막혀 버리고 말았다.
실제 정 최고위원은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친이(親李, 친 이명박)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당권경쟁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쉽지 않게 됐다.
그 첫 장애물이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은 지난 21일 서울시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한 지금은 뉴타운 지정을 고려하지 않겠다""면서 `선(先) 부동산 값 안정, 후(後) 뉴타운 지정'이란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로써 정 최고위원은 큰 곤경에 처하고 말았다.
그는 4.9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인 지난달 27일 출정식을 갖고 ""사당동과 동작동에 뉴타운을 건설하겠다""며 ""지난 주 오세훈 시장을 만나서 확실하게 설명을 했고 오 시장도 확실하게 그렇게 동의를 해주었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당일 오후 거리유세에서도 뉴타운 개발 공약을 거론하면서 ""울산에서 올라오자마자 오 시장을 만나 이런 얘기를 다했고, 오 시장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다음날 오후 사당1동 관악시장에서 열린 연설회에서도 ""사당·동작 개발과 관련해 오 시장과 얘기가 다 돼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즉 정 후보가 오 시장을 만났고, 오 시장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정 후보의 공약을 추진해 주겠다는 약속을 해 주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오시장의 기자회견으로 자신의 발언이 사실상 거짓이라는 게 들통 나고 만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금배지를 다시 떼야할지도 모르는 딱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이미 통합민주당에서는 정 최고위원을 비롯해 몇 명의 한나라당 당선자들이 발표한 ‘뉴타운 공약’에 대해 허위사실유포혐의로 검찰 등에 고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매우 격노했다.
지난 22일 한나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뉴타운을 지정만 하면 집값이 오르니 좋은 것 아니냐. 뉴타운을 하면 집값이 올라간다는 문제는 그 인식이 잘못됐다”고 오시장의 소신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정 최고위원은 당 회의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한나라당 소속인 오 시장이 뉴타운 문제를 왜 직접 당과 대화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간접대화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사실 이번에 서울로 지역구를 옮긴 정 최고위원은 '뉴타운 지정'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수도권 리더로 자리매김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시장의 말 한마디로 그의 꿈이 물거품에 처할 위기에 놓였으니,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그러나 공의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당연히 오세훈 서울시장의 판단이 옳다. 정 최고위원이 틀렸다. 시민단체들도 오시장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따라서 정 최고위원은 틀린 것을 가지고, 오 시장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들 앞에 ‘헛공약’을 한 사실을 백배 사죄했어야 옳았다.
더구나 정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차기 당권-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사람 아닌가. 그런 사람이 옹졸하게 사적 감정을 가지고 지방자치단체장을 압박한데서야 어찌 큰 그릇의 정치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특히 뉴타운 건설이 부동산 가격 상승과 투기의 뇌관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모르고 뉴타운 추가 지정을 했다면, 대권은커녕 당권주자로 나설 자격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게 아니라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당선을 위해 그런 공약을 내걸었다면, 그것은 더욱 큰 문제다.
지역유권자들의 땅값을 올려주는 대신 표를 얻은 것과 마찬가지인 매표행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오시장의 정책이 맞고, 정 최고위원이 생각이 틀렸다.
따라서 정 최고위원은 당분간 자숙하면서, 7월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만일 박근혜 전 대표가 정 최고위원과 같은 입장이었으면 어찌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는 결코 ‘오 시장으로부터 뉴타운을 약속 받았다’는 식의 공약(空約)을 남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그를 따르고, 당원들이 그를 따르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던 ‘안국포럼’의 좌장인 백성운 당선자가 “박근혜 전 대표가 당대표에 나선다면 충분히 지지할 수 있다. 정몽준 의원은 리더십이 약하다""고 말했겠는가.
이번 총선에서 당 밖 친박(親朴)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듯이 국민은 지금 박근혜 전 대표를 간절히 갈망하고 있다. 이것이 거역할 수 없는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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