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지름길 놔두고 돌아가는 이유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8-04-29 11:48:59
친 이명박계 수도권 소장파들 사이에서 ‘박근혜 대표론’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어찌 보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이재오 의원의 낙마로 친 이명박 계에서 내세울 만한 마땅한 ‘간판’이 없는데다가, 최근 친이 진영 일각에서 제기됐던 ‘강재섭 대안론’마저 강 대표의 불출마선언으로 물 건너 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립모임’을 결성하고, 막판까지 눈치를 보다가 결국 ‘이명박 대세론’에 이끌려 친이 진영에 합류한 소장파 인사들 일부가 정몽준 최고위원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려고 하지만, 당내 기반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마디로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또 남경필 의원 등 친이 소장파가 직접 나서려고 해도 무게감이 떨어져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이런 상태에서 ‘박근혜 대표론’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특히 지금 당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계파문제도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 자연스레 해소될 아주 간단한 문제다.
더구나 박 전 대표는 대중적 지지도가 아주 높은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MB로부터 구박받는 ‘신데렐라’처럼 비쳐져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그의 도움 없이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아주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우선 준비 안 된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인재풀 부재’가 문제다.
초대 내각의 이춘호·남주홍·박은경 내정자 낙마부터 지난 27일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중도사퇴까지 ‘강부자’ 혹은 ‘고소영’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는 인사파문의 주요인이 바로 ‘인재풀 부재’다.
물론 이는 MB의 측근 기용 등 ‘코드·보은 인사’의 결과다. 그의 측근들이 투기·위장전입·탈세·농지법 위반 시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마땅히 곁에 쓸 만한 인사들이 없어 무자격자들을 마구잡이로 기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국민화합형 인사철학 부족과 도덕적 원칙의 부재도 ‘인재풀 부재’를 부채질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곁에는 유능한 인재들이 수두룩하다. 국민화합형 인사철학은 물론 도덕적 원칙도 확고한 편이다.
실제 박 전대표는 경선 당시 ‘화합의 정부’를 기치로 내걸었을 만큼, 국민화합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고 장준하 선생의 유족을 찾아가 미망인의 손을 잡은 것도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화합을 위해서다. 특히 그는 ‘원칙의 여인’이라고 불릴 만큼 정도를 걸어가는 정치인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에게 자문을 구했더라면, 최소한 ‘강부자 내각’이니, ‘고소영 내각’이니 하는 비아냥거림 따위는 듣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한나라당도 박근혜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 재.보궐 선거와 지방선거 등 무수히 많은 선거가 치러질 텐데, 누구를 얼굴로 내세워야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에 도움이 되는지는 삼척동자라도 알만 한 일이다.
이런 모든 전후 사정을 감안 할 때, ‘박근혜 대표론’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MB는 지름길을 놔두고 굳이 먼 길을 돌아가려고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실제 MB는 당 밖 친박 세력의 복당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박 전 대표가 29일 탈당한 측근들의 복당 문제와 관련,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 결론이 나면 그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재섭 대표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 표결을 하면 복당 반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론이다.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으니 측근들을 복당시켜 달라'는 입장을 표명한데 이어, 나흘만에 최고위원회의 절차를 거쳐 조속하게 복당 문제를 매듭지어 달라고 재차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도 MB는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다.
실제 그는 사사건건 당무에 관여해 오던 것과는 달리 “복당문제는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발뺌하고 있다.
흡사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며 예수님을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준 본디오 빌라도가 연상되는 행태다.
물론 MB로서는 자신보다 훨씬 더 거물급인 박근혜 전 대표의 존재를 일부러라도 외면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런 사적인 감정보다 공익을 우선해야 하는 자리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